흑인 지지자들 탄식·눈물…해리스, 6일 오후 하워드대 찾아 연설 [2024 美대선]

“이제 돌아가서 자고 내일 출근해서 삶을 이어가야죠.” (50세 흑인 남성 존 플레밍)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5일(현지시간) 저녁 워싱턴DC 하워드대학교 개표관람 현장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눈물을 참지 못했다. 화를 내거나 큰 소리로 욕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워드대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개표참관 행사에 운집한 군중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당초 해리스 부통령은 이곳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볼 예정이었다. 오후 9시부터 집결하라는 안내에 따라 방문한 현장에는 8시부터 수천 명의 인파가 운집해 ‘기쁜 소식’을 기다리렸다. 해리스 지지자인 비욘세의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는 등 설레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부분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흑인대학으로 유명한 하워드대는 해리스 부통령의 모교다. 이날 현장에 모인 이들도 70~80% 가량은 흑인이었다. 하워드대 로고가 찍힌 옷을 입은 이들도 많았다.

대형 전광판에는 진보진영 방송사인 CNN의 개표방송이 흘러나왔다.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호감도가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44%)보다 높은 것으로 나온 초기 출구조사 결과와 초기 개표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우위인 일부 사례가 소개될 때마다 환호가 쏟아졌다. 현장에서 만난 에리카 B 씨(48)는 “메릴랜드에 살지만 해리스와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하고 싶어 대중교통을 타고 왔다”며 “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문제의식에 제일 공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10시경부터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특히 경합주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위가 소개될 때마다 침묵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하워드대 동문인 플레밍 씨는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해 해리스를 응원한 것”이라면서 “그가 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지지하는 가치가 변하진 않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자정 무렵에는 인파 중 상당수가 해산했지만, 일부 지지자들은 남아서 해리스 부통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오전 1시경 세드릭 리치먼드 해리스 선거캠프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이 단상에 올라 해리스 부통령이 오늘은 연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자 실망한 이들은 뿔뿔이 흩어져 출구로 향했다. 수 시간 전까지 ‘마담 프레지던트’를 외치며 춤추던 이들도 모두 사라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워드대에서 열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개표참관 행사에 운집한 군중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해리스 캠프 내에서도 자정을 넘긴 무렵부터는 패색이 짙다는 것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한 캠프 관계자는 폴리티코에 익명으로 “이미 끝났다고 본다”고 했다. 맬로리 맥머로우 미시건주 상원의원이 “모두 제발 진정하라”며 “아직도 개표해야 할 표가 엄청나게 많이 남아 있다”고 독려했지만, 어두워지는 분위기를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해리스 부통령과 팀 월즈 부통령 후보(미네소타주 주지사)는 6일 오후(현지시간) 하워드대를 찾아 지지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전날 밤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고 패자로서의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