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해고야"…트럼프 당선에 떠는 '바이든 경제 주축 3인방'

트럼프 "미쳤다" 비판한 제롬 파월 Fed 의장
2026년까지 임기, 트럼프 "옳은 일 하면 두겠다"
트럼프 참모는 파월 무시하는 '그림자 의장' 구상
사사건건 부딪친 재닛 옐런 장관은 교체 전망
'암호화폐 강경파' 갠슬러 SEC위원장 해임은 어려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7년 임기 당시 백악관에서 제롬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이 연단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끌던 주요 수장들의 거취에도 이목이 쏠린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행정부를 떠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과 게리 갠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과 '불안한 동거'를 이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트럼프 "파월 두겠다" 했지만..독립성 흔들리나

6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파월 의장을 유임하되 영향력을 행사할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번째 임기 동안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과 사사건건 부딪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Fed는 너무 긴축적이다. 그들이 미쳤다고 생각한다(2018년10월)” “내 유일한 의문은 파월과 시진핑 중 누가 더 큰 적이냐는 것(2019년 8월)”이라며 경제 부진의 화살을 파월 의장에 돌렸다. 다만 2022년에 임기를 4년 연장한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렵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지난 7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파월 의장이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그가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Fed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Fed 의장에게 금리를 어떻게 변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말하는 것은 공평한 일”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너는 해고야!'라고 외치는 사진.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TV시리즈 '디 어프렌티스'에서 참가자를 탈락할 때마다 이 말을 외치며 유명세를 탔다. 워드프레스
대신 트럼프의 참모들은 파월 의장의 영향력을 우회할 수 있는 '그림자 의장'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대체자를 미리 발표하고 그의 발언을 통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구상이다. 차기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스콧 베센트 키스퀘어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가 아이디어를 냈다.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회장은 "시장에 많은 소음을 일으키는 끔찍한 아이디어"라고 했다. 트럼프 캠프가 노리는 인물은 파월 의장보다 Fed의 금융정책을 주관하는 마이클 바 부의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바 부의장은 대형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 정책인 '바젤3' 입안을 주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소 6명의 월가 대형은행 임원 6명과 로비스트들이 바 부의장 교체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다만 바 부의장 역시 임기가 2026년까지여서 트럼프 당선인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1913년 제정된 연방준비제도법은 대통령이 '적법하고 구체적인 이유로' Fed 이사들이 임기를 마치기 전 해임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이러한 조항이 실현된 적은 없다.

'암호화폐 규제론자' 갠슬러 해임 "쉽지 않아"

트럼프 당선인과 사사건건 부딪친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물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맞붙을 때도 당시 Fed 의장이었던 옐런 장관을 "실패하고 부패한 정치체제의 일부"라고 비판했다. 대통령 당선 후 트럼프는 옐런과 임기가 일부 겹쳤지만 저금리 상황이 지속돼 큰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일원이 된 옐런 장관은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을 "매우 잘못됐다"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에는 강달러가 미국 제조업에 타격을 준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비판에 "강달러는 미국 경제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암호화폐 규제론자' 개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의 거취도 암호화폐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7월 유세 당시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암호화폐 반대 십자군을 해체하겠다"라며 "취임 첫날 겐슬러 위원장을 해고하겠다"고 밝혔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지난해 12월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재무부 금융안정감독위원회 회의에서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과 얘기하고 있다. AFP
취임 첫날 해임이 실현될지는 불투명하다. SEC가 미국 '독립기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미국 문서감축법이 규정하는 SEC 등 19개 기관은 행정부 소속이지만 재무부 등 내각과 달리 독립성을 갖는다. 1935년 연방대법원은 연방거래위원회(FTC)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지위를 가진 기관이라고 판결했다.

토냐 에반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법학교수는 비효율, 직무 태만, 부정행위 등 정당한 사유가 발생할 경우 독립위원장 역시 해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조사를 실시하고 반론 기회를 제공, 이후 사법적 절차를 거치는데 8개월에서 2년이 걸린다고 진단했다. 겐슬러 위원장 임기는 2026년4월까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