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 1%대 중반 넘기 어려워"

"수출 경쟁력 높이고 정부 소비엔 신중해야"
지난 4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관광객들이 상품을 살펴보는 모습./사진=뉴스1
한국 경제의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율이 잠재성장률 하락 등의 영향으로 1% 중반에 그칠 것이란 국책 연구기관의 전망이 나왔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직전 3년간(2017~2019년) 민간소비 증가율(평균 2.8%)의 절반에 불과한 수준이다. 소비의 원천인 소득 수준을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 교육 등 사회 전반의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중장기 민간소비 증가세 둔화의 요인과 시사점'을 주제로 발표한 현안 분석 자료에서 "실질 민간소비는 실질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증가세가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며 "1%대 중반을 상회하는 실질 민간소비 증가세를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KDI는 민간소비 증가율을 갉아먹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꼽았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자본 등을 투입해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최대로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한 나라의 '기초 체력'을 보여준다. 인구 고령화로 노동 투입의 증가세가 꺾이고 생산 효율성도 떨어지면서 최근 2% 내외인 잠재성장률이 2025~2030년에는 1%대 중후반대로 하락할 것이란 게 KDI의 관측이다. 김준형 KDI 경제전망실 동향총괄은 "소득(GDP) 자체가 소비를 결정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며 "실질 GDP 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 따라 소비 증가세도 함께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소비 비중이 확대되는 것도 민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명목 GDP 대비 명목총소비(정부소비+민간소비)는 대체로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는데, 정부소비가 확대됨에 따라 민간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 지출은 국민부담률(명목 GDP 대비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의 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민간의 지출 여력을 줄일 수 있다고 KDI는 진단했다.

실질 구매력이 낮아진 점도 민간소비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수입품의 가격 오름폭이 수출품의 가격 상승률보다 높아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단순히 선진국을 따라잡는 것만으로는 많은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결국 (수출품) 가격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기술을 끊임없이 개발하는 게 (수출품 가격) 하락 추세를 막는 길"이라고 강조했다.더욱 근본적인 민간소비 증가 대책으로는 한국 경제의 역동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을 강조했다. 김 동향총괄은 "중장기적으로 민간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을 통해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완충해야 한다"며 "연구개발과 교육을 통해 생산기술 개발과 확산을 촉진하고 자원배분 효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소비의 확대로 민간소비 여력이 제약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소비의 확대에 신중을 기하는 한편 지출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