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성악가들의 라 보엠…"푸치니의 청춘 일기 들어보세요"

서울시오페라단, 오는 21~2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 공연

서선영, 황수미, 김정훈 등 출연
세종문화회관 제공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술동 연습실. 2012년 베르디 콩쿠르, 2014년 비냐스 콩쿠르·툴루즈 콩쿠르 등 세계 유수의 명문 콩쿠르에서 연달아 우승을 차지한 테너 김정훈(36)과 2014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소프라노 황수미(38)가 피아노 옆에 자리를 잡고 나란히 섰다. 이달 말 개막하는 자코모 푸치니(1858~1924) 오페라 ‘라 보엠’에서 남녀주인공을 맡은 이들은 노래하는 내내 서로에게 눈을 떼지 않으면서 긴 호흡으로 푸치니 특유의 서정적인 선율을 읊어냈다. 소리를 길고 넓게 뻗어내는 김정훈의 풍부한 성량 위로 유려하면서도 선명한 황수미의 음색이 포개지면서 생겨나는 싱그러운 에너지는 인상적이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오는 21~24일 푸치니 오페라 ‘라 보엠’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다. 푸치니 서거 100주기를 기념하는 무대로, 서울시오페라단이 이 오페라를 공연하는 건 창단 39년 만에 처음이다. ‘라 보엠’은 1830년대 프랑스 파리의 다락방에 사는 젊고 가난한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오페라다. 엄숙정 연출가는 “푸치니의 청춘 일기 속 한 페이지를 꺼내 읽어주는 것처럼 공연을 만들고 싶단 생각에 거대한 서재와 책 무더기가 연상되는 무대를 준비했다”며 “굉장히 일상적인 소재지만, 풍성하고 서정적인 푸치니의 선율이 더해지면서 발현되는 고전의 매력을 제대로 살려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공연 주요 출연진(1982~2000년생)은 ‘MZ 세대’로 꾸려졌다. 여주인공 미미 역에는 소프라노 황수미와 함께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우승자인 소프라노 서선영이 출연한다. 남주인공 로돌포 역은 테너 김정훈과 벨베데레 콩쿠르, 비오티 콩쿠르, 비냐스 콩쿠르 등에서 입상한 테너 문세훈이 번갈아 맡는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20~30대 동료들과 함께 무대를 준비하다 보니, 극 중의 젊은 예술가의 영혼과 느낌을 더 생생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장면들이 있다”며 “특유의 풋풋한 감정과 에너지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에서 '라 보엠'의 로돌포 역으로 평단의 호평을 얻은 테너 김정훈은 남다른 자신감을 내보이기도 했다. 그는 “해외 오페라극장에서 100여 차례 불렀을 정도로 많은 훈련을 거친 로돌포 역을 한국 오페라 무대에서도 선보일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라 보엠은 인물들의 관계성이 매우 중요한 오페라이기에 미미와 만날 때, 친구들과 있을 때 달라지는 로돌포의 감정을 더 예민하게 표현하는 데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며 “청중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고, 더 현실감 있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이번 공연은 지난해 아시아권 남성 최초로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리톤 김태한의 국내 오페라 데뷔 무대이기도 하다. 그는 로돌포의 친구이자 화가 마르첼로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김태한은 "로커를 꿈꾸는 중학생이던 제가 성악에 입문한 이후 처음 본 오페라가 바로 '라 보엠'이었다"며 "성악가로서 가장 좋아하는 오페라이자, 후기 낭만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푸치니의 오페라에 참여하게 돼 매우 뜻깊다"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