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현금 3억 슬쩍…경찰, 주먹구구식 관리 '칼질'

통합증거물 관리시스템 개선

전용계좌 개설해 압수현금 관리
보관실 지문인식기·CCTV 설치
경찰청이 최근 연달아 벌어진 경찰의 압수물 횡령·절취 사건에 대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실태 점검 결과 현금 계수기를 갖추지 않아 오차가 발생할 정도로 압수물 관리가 허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7일 이런 내용을 담은 통합증거물 관리 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18~25일 전국 경찰서에서 조사한 전체 압수물 8만3850건 중 38.5%인 3만2300건이 제때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에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압수물을 분실하거나, 관리 절차를 지키지 않고, 목록을 오기하는 등 ‘위반 사례’ 5건도 확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별다른 관리 시스템이 없어 일선에서 압수물이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되고 있었다”며 “본청의 관심 부족으로 2019년 도입된 압수물 관리시스템이 무방비하게 운영된 점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압수물을 여러 차례 늦게 등재한 경찰관에게 ‘주의’ 조치를 내리고, 위반 사례는 감찰 조사할 계획이다.경찰청은 KICS에 압수 목록, 교부서 등 관련 서식을 작성하면 자동으로 등재되도록 하는 등 관리 시스템을 대폭 개선하기로 했다. 앞으로 현금과 귀중품은 봉인부터 출고, 폐기 등 전 과정을 담당자가 단독으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하고, 다중 피해 사건에서 종종 압수되는 대량 현금은 전용 계좌에 보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압수물 보관실은 지문 인식형 출입 통제 방식으로 바꾸고, CCTV를 설치한다.

최근 일선 경찰에선 현장 수사관이 압수물을 횡령하는 사고가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 강남경찰서에서는 현직 수사관 A씨가 불법 도박장에서 압수한 현금 3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다. 비슷한 시기 서울 용산경찰서에선 직원 B씨가 범죄 자금을 종이 뭉치로 바꿔두는 사건이 벌어졌다.

조철오 기자 che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