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질렸다" 탈출하는 외국인…'이 종목'은 쓸어담았다 [종목+]

외국인, SK하이닉스·방산주 집중 매수
HBM 경쟁력·지정학적 갈등 따른 실적 기대감 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면서도 방산주, 조선주 등을 적극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에 대한 사랑도 여전했다. 강달러 환경에서도 외국인이 순매수하는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1개월(10월8일~11월8일) 외국인 순매수 1위 종목에 등극했다. 이 기간 외국인은 SK하이닉스를 9226억원 순매수했다. 2위는 원전주 두산에너빌리티(2255억원)가 차지했다.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1305억원), 한국항공우주(911억원)도 상위권에 자리했다.최근 외국인 자금이 유출되고 있어 순매수 종목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0월 중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상장 주식 4조38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에 따른 보유 잔액은 728조9000억원으로 전체 시총의 27.7% 수준이다. 지난 8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도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이번 달 6거래일 중 4거래일간 순매도하는 흐름을 보였다.

먼저 외국인의 '원픽'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지난 3월 HBM 5세대인 HBM3E 8단을 업계 최초로 납품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세계 최초로 HBM3E 12단 양산을 시작했다. 이 제품은 4분기 출하를 앞두고 있다.

최근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의 동맹을 과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엔비디아는 새로운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나올 때마다 SK하이닉스에 더 많은 HBM을 요구하고, 합의된 일정도 항상 앞당겨 달라고 요청한다"고 밝혔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도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가 함께한 HBM 덕분에 무어의 법칙을 뛰어넘는 진보를 이뤘다"고 평했다.
사진=연합뉴스
방산주에도 외국인의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방산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이 '세계의 경찰' 역할을 내려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각국은 무기를 구입해 국방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방위비를 늘리라고 압박한 전례도 있다.

이에 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확실시된 지난 8일과 9일 외국인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또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조선주도 외국인 순매수 상위권에 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군함 건조 능력을 잘 안다고 언급하면서다.

강달러 환경에 수출주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방산주, 조선주는 거래 대금을 달러로 받기 때문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이익이 늘어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약달러를 외치고 있지만, 고율 관세·재정 확대 정책으로 물가가 상승하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외국인들은 삼성생명, KT 등 배당주에도 관심을 보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올해 결산 주당배당금은 작년 3700원에서 올해 4866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T의 주당배당금 추정치는 2034원으로 작년 1960원보다 높다.

특히 KT의 경우 외국인은 사고 싶어도 못사는 상황에 부닥쳤다. 현재 외국인이 살 수 있는 KT 보통주는 약 5만주에 불과하다. 외국인 소진율은 99.96%에 육박한다. 통신주 외국인 보유율의 상한선은 49%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꾸준히 순매수하는 국내 종목이 관심을 둬야 한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국내 증시 매력이 떨어진 와중에도 이들이 매입하는 종목은 환율 수혜, 실적 기대감 등 투자매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