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젊은 개미들 어마어마"…증권사들 군침 흘리는 곳

"'기회의 땅' 동남아 개척하자"
인니에 깃발 꽂는 증권사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카르타 종합지수가 8000을 넘어서 신고점을 경신할 것입니다.’

지난달 29일 팔로어 약 147만 명의 인도네시아 경제 인플루언서 ‘응하르사함’의 인스타그램 콘텐츠에 키움증권 로고가 등장했다. 해당 카드뉴스 콘텐츠에서 응하르사함은 키움 시큐리타스 인도네시아(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 리서치팀의 분석을 인용해 지수 전망과 유망 업종을 소개했다. 키움증권이 최근 현지 젊은 주식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노출도를 늘리기 위해 진행한 마케팅 작업의 결과물이다.인도네시아가 국내 증권사들 주요 공략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3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 1500만 명을 넘어 급속도로 증가 중인 주식 투자자 수가 리테일 강화를 원하는 증권사들 군침을 흘리게 하는 요소다. 2030 인구가 절반을 차지한다는 특성을 노려, 현지에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개편하고 대학 동아리를 지원하는 등 갖가지 시장 침투 활동이 펼쳐지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경제 인플루언서 '응하르사함'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키움증권 인도네시아법인 분석을 인용했다. /사진=응하르사함 인스타그램 캡처

미·중 뒤이어 인도네시아에 몰렸다

9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 인도네시아법인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지난달 말 1만 3000개 돌파했다. 작년 말 2000개에서 6배 넘게 증가했다. 2022년 11월 발족한 글로벌전략팀을 주축으로 인도네시아 활동 계좌 확대를 성과지표(KPI)로 설정했고, 올해 초 현지 맞춤형 HTS·MTS를 내놓으며 투자자 확보 시동을 걸었다. 신창근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인플루언서 협업 및 주식 증정 이벤트, 현지 우리소다라은행과의 계좌 유치 파트너십 등에 주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250억원의 증자, 기업금융(IB) 라이센스 획득도 예고된 상태다. 경쟁 증권사 움직임도 숨 가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 인도네시아 재계 6위 리포그룹 계열사인 칩타다나증권 지분 80%를 인수하는 계약을 완료했다. 국내 6개 증권사(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에 이은 7번째 진출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1일 국내 증권사 최초로 인도네시아 거래소(IDX)에 주식워런트증권(ELW) 11종을 상장시키기도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현지에 WM본부를 설치하고 자산가 고객 확충에 나섰고, KB증권도 현지 투자 플랫폼과 손잡고 신규 채권을 팔았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의 인도네시아 현지 법인·사무소 합산치는 9개로 중국(12개), 미국(10개)에 이어 가장 많다.

젊은 층이 이끄는 투자…수익성은 숙제

증권가에서 꼽는 인도네시아 부상 이유는 인구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지난해 기준 2억 7750만 명에 달한다. 인도·중국·미국에 이은 세계 4위다. 가파른 인구 증가 속, 투자 인구 역시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현지 매체 자카르타포스트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 집계 기준 지난달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 인구는 1421만 명에 이른다. 5년 전인 2019년에는 110만 명에 불과했다. 55%는 30세 미만으로 나타났다. 펀드에 자금을 맡기지 않고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젊은 세대의 등장은 OJK가 분석한 투자 인구 증가의 원인이다. 증권사들이 현지 대학가를 찾아 홍보 활동을 펴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증시가 호황인 점도 한몫했다. 지난 6월 6700선에 머무른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이날 7286.18을 기록했다.

수익성 확충은 남은 과제다.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6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3곳(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도 10억원 전후 적자를 봤다.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도 지난해 순손실이 126억원에 달한다. 아직은 소수의 ‘헤비 트레이더’와 자산가들 확보 여부가 수익을 가르고 있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설명이다.인도네시아 금융당국의 다소 느린 업무 처리와 강한 규제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주식을 거래하려면 반드시 은행을 방문에서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규정도 있고, 각종 인허가 작업도 느리게 진행되는 편”이라며 “한국 금융감독원에 애로사항을 계속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