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하우스에서 커피, 소나무 숲길서 산책…"마치 해외 온 것 같네"

조경 차별화 나선 건설사들

이달 말 입주하는 '파크포레온'
티하우스 등 갤러리 같은 조경
'래미안 원베일리' 수상 잇따라
GS건설·DL이앤씨 자연 본떠
"조경이 단지 경쟁력과 연결"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의 티하우스. /현대건설 제공
서울 서초구 ‘래미안원베일리’의 조경시설. /삼성물산 제공
“만점짜리 단지 조경입니다. 마치 해외 도시로 여행을 온 것 같네요.”(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예정자 A씨)국내 최대 규모(1만2032가구) 단일 단지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사전점검이 지난달 이뤄진 후 입주자 커뮤니티엔 조경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고급 리조트 정원을 연상하게 하는 ‘티 하우스’에선 인공지능(AI) 큐레이터가 날씨와 계절에 따라 다른 음악을 틀어준다. 다양한 콘셉트로 디자인한 의자 ‘소울 드롭스 벤치’는 단지에 생동감을 준다. 조경이 아파트 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자 건설사 간 조경 차별화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침침한 보행로, 스트리트 갤러리로

서울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GS건설 제공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입주한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개포주공1)와 이달 말 입주 예정인 올림픽파크포레온에서 한 단계 진화한 조경을 선보였다.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는 단지 내부에 6만5000㎡ 규모 도심 숲을 조성했다. 수목 130여 종과 화초 140여 종을 심어 여느 식물원 못지않다는 평가를 받았다.올림픽파크포레온도 생태면적률(전체 면적 중 녹지와 물순환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이른다. 단지가 워낙 넓기 때문에 공간별로 차별화한 조경 포인트가 있다. 현대건설이 지은 올림픽파크포레온 3단지는 앞쪽은 소나무를 주로 심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뒤쪽은 팽나무를 심어 활기찬 느낌을 줬다는 설명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 3단지 조경을 총괄한 최연길 현대건설 책임매니저는 “관광지 명소처럼 단지 내부도 한번 보면 잊히지 않도록 했다”며 “자연 친화적인 공간을 기본으로 갤러리 같은 고급스러움을 더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22년 래미안의 특화 조경 상품인 ‘네이처 갤러리’를 공개하며 단지 조경 분야에서 선두 주자로 꼽히고 있다. 네이처 갤러리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을 모티브로 해 지속가능한 조경을 구현한다. 소나무, 서어나무 등 자생종을 활용해 실제 숲 모습을 재현하고, 수생식물이 자라는 생태 연못을 조성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스스로 생태계가 유지된다.

그동안 관심받지 못한 곳을 감각적인 공간으로 바꾸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작년 8월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의 공공보행로가 대표적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상가에서 반포한강공원까지 연결되는 360m 지하 구간이 그라피티·카툰·일러스트 전문 작가 24명의 작품으로 꾸며진 스트리트 갤러리가 됐다. 어둡고 침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지하 보행로를 안전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미세먼지 잡는 산책로까지

경기 양주 ‘e편한세상옥정리더스가든’. /DL이앤씨 제공
휴식, 자연과의 조화 등을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경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일상에서 평온하게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리조트 같은 단지의 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어서다.

작년 3월 준공한 GS건설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는 대모산, 양재천 등 주변 자연이 단지와 연결됐다. 단지 한가운데 조성된 ‘개포오름’은 단차를 활용해 대모산부터 양재천까지 이어지는 입체적 흐름을 구현했다. GS건설은 다양한 유형의 수경 시설과 수목을 테마로 해 입주민이 자연에 머문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DL이앤씨는 조경 브랜드인 드포엠 파크를 시공 단지에 적용하고 있다. 지난 8월 입주한 인천 ‘e편한세상송도 더퍼스트비치’에는 도심 열섬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설치한 ‘미스트 포레’가 눈길을 끌었다. 시원한 공기가 가득한 숲속 산책길을 모티브로 한 이 산책로는 산림청이 선정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 우수 수종을 심어 쾌적함을 높였다.

경기 ‘안산 푸르지오 브리파크’는 다양한 정원과 함께 이벤트가 벌어지는 ‘그린필드’를 뒀다. 그린필드에는 입주민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잔디광장과 함께 수목 산책로가 조성됐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