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감사 결과도 수용 못 하겠다는 축구협회장

문체부, '정몽규 회장 중징계' 요구
정 회장, 감사 반박하며 4연임 도모

서재원 문화부 기자
“한국 축구를 정말 사랑한다면 이제 그만하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요구받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62)을 두고 한 축구인이 한 말이다. 문체부는 지난 5일 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과 관련해 지난 7월부터 벌여온 특정감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27건의 위법 사항을 지적하며 정 회장 등 임원 3명에게 최소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협회에 요구했다.이번 감사의 모든 화살은 정 회장을 향한다. 문체부는 감독 선임 관련 논란뿐 아니라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협회 업무 총괄인 정 회장의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았다. ‘협회는 어떠한 정치적 간섭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정관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직접적인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이제 그만하라’는 메시지다.

그런데 정 회장은 물러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축구협회는 바로 다음 날인 6일 입장 자료를 내고 특정감사 결과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재심의 요청을 검토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징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도 “임기를 잘 마치겠다” “4선 연임 여부를 다각도로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말만 반복했다.

축구협회의 반박 입장이 나오자 업계 관계자들은 한숨만 내쉬었다. 국가대표 출신인 한 축구인은 “왜 저렇게까지 자리에 욕심을 내는지 모르겠다”며 “불명예 퇴진을 원하지 않는 마음을 알겠으나 지금 스스로 물러나는 게 가장 명예로울 수 있다”고 고개를 저었다. 한 해설위원은 “축구가 국민적 질타와 비난의 대상이 된 건 정 회장의 책임이 크다”며 “한국 축구를 위해 물러날 때”라고 했다.축구협회 내부의 분노도 들끓고 있다. 축구협회 노조는 9월 정 회장의 차기 회장 불출마 선언을 촉구한 데 이어 지난달 31일 성명에선 ‘탄핵’까지 언급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축구협회 전체가 ‘비리 온상’ ‘적폐 세력’으로 몰리면서 직원들의 사기는 바닥”이라며 “정 회장 체제에선 희망이 없다”고 호소했다.

정 회장의 임기는 2025년 정기총회일인 내년 1월 21일까지다. 그가 4선에 도전하려면 우선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안건 접수 마감일은 다음달 2일이다. 정 회장의 후보자 등록 마감일도 같은 날이다. 지금까지 행보를 보면 4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묻고 싶다. 모두가 그만하라고 하는데 무엇을 위해서 자리를 지키려 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