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들의 영업비밀' 45억 사기·베트남 아내 추적…짜고 친 줄 알아" [인터뷰+]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 김진 PD
/사진=채널A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 채널A '탐정들의 영업비밀'이 그렇다. 영국의 셜록 홈스, 일본의 코난처럼 한국에도 '탐정'이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하는 사람은 2만명에 달한다. '탐정들의 영업비밀'은 이들의 영업비밀을 직접 들여다보는 프로그램이다. 억울하거나 답답한 각자의 사연을 접수받아 조사를 시작하는데, 탐정들이 직접 등장하는 '탐정24시'와 이들이 겪은 사건을 드라마로 보여주는 '탐정실화극'으로 구성돼 이해도를 높인다.

김진 PD는 '탐정들의 영업비밀' 책임 프로듀서다. 앞서 '애로부부'를 통해 부부 관계의 고민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지지와 찬사를 받았던 그는 '탐정들의 영업비밀'에 대해 소개할 때도 '진정성'을 거듭 강조했다. '탐정24시'에서 탐정들이 탐문 수사를 할 때도 절대 짜거나 설정한 것이 없고, '탐정실화극'에서도 자극이나 재미를 위해 불법적이거나 무리가 되는 설정을 덜어내고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전한다는 것. 그러면서 "우리는 CCTV도 함부로 보여달라고 요청하지 않는다"며 "탐정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탐정24시'는 미리 짠 거 아니냐, 페이크 다큐가 아니냐, 이런 의심들을 많이 하세요. 전혀 아닙니다. 그래서 더 힘들어요. 촬영 기간도 길고요. 지금도 한 팀은 며칠째 지방에 있고, 여러 팀이 동시다발적으로 찍고 있어요. '탐정실화극' 역시 실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실에서 할 수 없는 행동을 드라마로도 보여드리면 안돼요. CCTV를 요구하는 것도 개인정보 보호법 때문에 조심해야 해요. 그래서 스튜디오에서 변호사를 통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다시 한번 언급하도록 하고요."

'탐정들의 영업비밀'에서는 배우자의 불륜 증거를 잡아달라는 것부터 사기, 실종 등 다양한 의뢰가 들어온다. 아버지의 불륜녀가 결혼할 때 화환과 불륜 전단을 뿌린 10대 딸, 가출한 베트남 아내를 찾는 남편과 6년 동안 자식처럼 기른 수국을 찾아달라는 부부, 공장 부지에 불법 폐기물 3000톤을 투기하고 사라진 세입자 찾기 등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탐정들의 영업비밀'을 통해 소개됐다.

각각의 사건들도 기상천외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서 조력자와 증거가 등장한다는 점에서 "극화된 게 아니냐"는 의심도 흘러나온다. 의뢰인에게 상처를 준 행동이 발각된 후에도 뻔뻔하게 대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너무 쉽게 인정하는 모습에서도 "정말 저런다고?"라며 의심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지난 4일 방송된 450억원 계약금을 받는다며 양아버지까지 숨긴 전직 당구 선수의 사기 사건에서도 쉽게 범행을 인정하는 사기꾼과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의뢰인에게 "같이 사기를 쳐보겠냐"고 제안하는 양아버지의 모습이 시청자들의 목덜미를 잡게 했다. 사기꾼은 "45억원 연봉의 당구선수"라며 자신을 소개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투자'를 빌미로 사기를 쳤다.

"제작진도 양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를 의심했어요. '정말 사기인지 몰랐을까' 싶었죠. 그런데 이들의 사인이 서로 안 맞는 게 보이더라고요. 탐정들도 그 사례에 실제로 분노했다고 해요. 그 당구선수는 20대였어요. 그 어린 친구가 출고가가 2억2000만원부터 시작하는 고급 승용차를 타는데, 그 돈이 다 어디서 난 거겠어요. 탐정분이 '너 어쩔라고 이러고 있나'라는 말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거예요. 삼촌 같고, 형 같은 마음에서요."
/사진=채널A
그러면서 "촬영하면서 도움을 주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느낀다"며 "아직 우리 사회는 살 만하다"면서 웃었다. 더불어 "13년간 잠수를 탔던 배드파더 사례의 경우, 저희가 완전히 타깃을 잘못잡고 진행했는데, 그 잘못된 타깃이 실제 인물의 직장 동료였다"며 "듣고도 믿기지 않는 상황들이 있는데, 누군가는 행운이라고 표현하고 누군가는 '복'이라고 하겠지만, 의뢰인과 탐정들 그리고 제작진의 간절한 마음들이 닿아 그런 것들이 찾아온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고 했다.'탐정실화극' 역시 표현 방법만 다를 뿐 본질은 같다. 김진 PD는 이러한 사건 소개를 통해 "경각심을 드리는 게 프로그램 기획의도였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9일 첫 방송을 시작한 '탐정들의 영업비밀'은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색다른 재미와 의미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방송가에서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탐정들의 영업비밀'이다. 김진 PD는 탐정들과 스튜디오에서 몰입도를 높이는 리액션을 보여주는 방송인 데프콘, 배우 유인나, 만화가 김풍, 변호사 남성태까지 하나하나에 모두 고마움을 전했다. 특히 '탐정실화극'에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해선 "'재연' 배우라고 하지 않고 그냥 배우라고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분들은 그냥 드라마를 하는 거잖아요. 그걸 굳이 나눠서 표현할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가 어느 순간 '여배우'라는 말을 쓰지 않듯, 그냥 배우면 배우죠. '탐정실화극'에 출연하는 분 중엔 공채 출신이거나 오랫동안 조, 단역으로 연기를 하시다가 긴 호흡을 해보고 싶어 오신 분들도 있어요. 여기서 인지도가 쌓여 다른 작품에 캐스팅된 분도 있고요. 선순환이 될 수 있는 거 같아요. 이분들의 연기력이나 노력이 폄하되지 않았으면 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