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AI 혁신과 규제,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이완규 법제처장
인공지능(AI)이 우리의 일상과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다. 이제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세계 각국은 AI를 자국 경쟁력 강화의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월 AI 정책 수립을 위한 구심점으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AI 분야에서 세계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국가총력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AI 컴퓨팅 생태계 구축, 스타트업·인재 육성 등 종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AI의 뛰어난 혁신성에 기대가 부풀기도 하지만 AI가 지닌 잠재적 위험성 때문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AI에 대한 신뢰와 안전 확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유다.

AI 기술 발전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활용하면서도 AI로 인한 부작용, 잠재된 위험성을 최소화하려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그런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이를 뒷받침할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이 ‘AI법’을 제정하면서 글로벌 AI 규제 체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우리도 AI산업을 진흥하면서도 AI의 잠재적 위험으로부터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법적 토대를 준비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AI 기술이 전례 없이 빠르게 발전하고, 저출생·고령화까지 겹치면서 미래 예측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런 때야말로 AI 시대에 지속 가능한 발전과 사회적 안전성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 법과 제도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법제처는 이런 도전에 맞서 선제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법령 심사·해석·정비를 담당하는 우리 처는 여러 부처 법령을 종합적으로 조망하며, 통합 개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AI, 저출생 등 국가적 차원에서 고민이 필요한 쟁점과 관련해 국내외 법제 동향과 관련 연구를 조사·분석하고, 법제화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 소관 부처를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12일에는 한국법제연구원과 함께 미래법제 국제포럼을 연다. EU,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국의 최신 AI 법제 동향을 공유하고 우리의 발전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세계 주요 국가의 AI 법제 동향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국제포럼은 글로벌 AI 규제 체계와의 정합성을 유지하면서도 국내 AI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적 토대 마련을 위한 중요한 논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우주무(未雨綢繆)라는 말이 있다. 비 오기 전 미리 둥지를 얽어매는 새처럼, 우리도 AI 시대를 대비한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AI 강국으로 가는 길, 결국 혁신과 규제의 조화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