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시 한국내 핵무장론 늘 것"

빅터 차, 韓전문가 설문결과 공개
"韓정책변화 빠르게 이뤄질 수도"

김기현 '독자적 핵무장 촉구안' 발의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재집권으로 미국 외교정책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로 되돌아가면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에 부정적이거나 입장을 보류해 오던 전문가들이 핵무장 찬성 진영으로 대거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사진)는 지난 8일 대담에서 올 4월 공개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같이 관측했다. 한국 내 전문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이 설문에서는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는 응답 비중이 34%에 그쳤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돌아온다면 한국의 핵 보유에 대한 지지가 오르겠느냐는 질문에 핵 보유 반대 그룹의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층에서는 83%가 긍정적으로 답했다.빅터 차 석좌는 이를 두고 “핵무장에 대한 대중의 지지가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이 바뀔 경우 정책 변화가 매우 빠르게 이뤄질 수 있으며 초당적 차원에서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추진할 경우 한·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카멀라 해리스 행정부라면 한국의 핵무장에 매우 강한 반대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하에선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묻는 말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빅터 차 석좌는 “한국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강대국에 둘러싸인) 나쁜 지리적 위치에도 불구하고 가장 멀리 있는 강대국과 동맹을 맺었을 때 가장 안전하고 성공적이었다”며 “지난 70년간 그래왔듯 (한·미) 동맹에 투자하는 게 가장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한편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의 7차 핵실험 등 도발에 대비해 ‘한반도의 평화 유지와 국민 안전보장을 위한 자위권적 핵무장 촉구 결의안’을 발의한다고 10일 밝혔다. 결의안은 북한이 7차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핵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 우리 정부가 자위권 차원의 독자적인 핵무장을 대외에 선언하라고 촉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