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초특가 세일중"…美 행동주의의 섬뜩한 분석 [금융당국 포커스]

미국 행동주의 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 분석
"아시아 증시에서 한국만 내림세로 저평가"
"상법 개정안 기대감…돌턴 등 소액주주에 기회"
행동주의 펀드 몰려오나…재계 초긴장
"한국 주식이 '초특가 세일(deeply discounted)'에 돌입했다."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돌턴인베스트먼트가 돌연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돌턴은 금융위기가 아시아를 휩쓴 1999년 출범한 행동주의 펀드다. 금융위기로 쑥대밭이 된 아시아 증시에 적극 투자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한국 기업을 정조준한 것은 저평가된 종목이 많은 데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도 폐지된 결과다. 하지만 미국 행동주의 펀드의 분석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돌턴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제임스 임(임성윤)은 지난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금투세 폐지 다음은 상법개정일까?' 보고서를 발간했다. 돌턴은 "금투세 도입 우려로 올 하반기 한국 증시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한국 증시는 올들어 내림세를 이어가면서 아시아 증시 가운데 최악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타 아시아 시장이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낸 것과 대비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돌턴은 금투세가 폐지와 함께 상법개정안, 밸류업 정책이 맞물리면서 한국 증시가 기지개를 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돌턴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폐지에 이어 상법 개정안 추진하고 있다"며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설명했다.

돌턴은 이어 "더불어민주당이 한국 국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번 개정안의 힘이 실릴 것"이라며 "'초특가 할인(deeply discounted)' 상태인 한국 기업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움직임과 맞물려 적극적 주주들에게 매력적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한국의 정치적 행보는 돌턴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이해관계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돌턴을 비롯한 행동주의 펀드에 긍정적 시장 환경이 열릴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돌턴은 그동안 2019년 현대홈쇼핑, 2020년 삼영무역에 대해 주주행동주의를 펼친 바 있다. 2022년에는 SK그룹에 적극적 주주환원책 등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콜마그룹의 지주사인 콜마홀딩스 지분 5.02%를 확보하기도 했다.

돌턴의 분석처럼 야당은 연내 정기국회에서 상법 개정안 처리에 나설 심산이다. 정부도 개정안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올해 초 윤석열 대통령이 개정안 처리의 필요성을 밝힌 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개정안의 찬성한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왔다.

하지만 재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주주 충실의무' 조항을 문제 삼으며 기업에 무리한 요구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사진에 대한 소송이 남발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행동주의 펀드가 상법 개정안을 발판 삼아 기업 경영권에 과도한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