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스상 받을 줄 모르고 딴 곳에 있었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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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핸섬가이즈' 감독 남동협 인터뷰국내에서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핸섬가이즈>(남동협)가 국내를 넘어 세계의 곳곳에서 그 두 번째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중이다. 영화는 지난 10월 3일부터 13일까지 열린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경쟁부문 파노라마 섹션)을 수상한 것을 필두로 런던한국영화제, 오타와한국영화제, 파리한국영화제 등 많은 해외 영화제들에서 초청·상영 되었다.
'당신이 잠 든 사이' 세계를 제패한
지난 8일 파리한국영화제에
영화 '핸섬가이즈' 초청·상영돼
판타지와 호러 장르에 초점을 맞춘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서 '관객상' 수상
해외 관객 반응 좋아... 웃음 포인트 한국 관객과 비슷
해외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폭 넓어져
한국 영화에도 함께 열광
차기작도 하이브에서 준비
지난 8일, 파리한국영화제에서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남동협 감독을 만나 <핸섬가이즈>의 행복한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관련 리뷰] "리메이크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 단연코 올 여름을 제패할 영화 '핸섬가이즈'▷ 6월 26일 개봉 이래로, <핸섬가이즈>의 무수한 해외 상영이 있었다. 어떤 것들이 있었나.
"사실 시체스국제영화제 말고도 크고 작은 유럽의 장르 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사실 세고 있다가 나도 그 수를 잊어버렸다 (웃음). 그중 10월 한 달은 일정을 맞춰 볼 수 있는 영화제들을 추려서 이 곳 저 곳에 연이어 방문한 것이다."
▷ 최근 <핸섬가이즈>가 쟁취한 가장 큰 영광은 아무래도 시체스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관객상을 받은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현지 반응은 어땠는지.
"한국 관객보다 훨씬 더 많이 웃었던 것 같다. 다소 고어한 장면도 시체스 관객들은 크게 웃으며 축제처럼 즐겨 주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죽어 나갈 때 마다 박수치고 환호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웃음). 아무래도 영화제의 정체성이 판타지와 호러 장르 쪽에 있다 보니 이러한 요소들에 더 친숙하고 반기는 듯 했다."▷ 혹시 영화제에 함께 동행했던 이희준 배우를 포함해서 영화에 참여한 멤버들 중 수상을 예견했던 멤버가 있었는지.
"없었다. 나 역시 예상 못했고. 상영을 마치고 시상식 전에 우리끼리 시체스의 옆 동네인 바르셀로나로 여행을 갔을 정도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우리가 관객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는데 시상식장까지 제 시간에 도착할 수 없는 지역에 떨어져 있었다. 아쉽지만 영상으로 소감 메시지를 전달해야만 했다."
▷ 지난 주에 참여했던 파리 한국영화제를 마지막으로 올해 해외 일정은 마무리된 것 같다. 파리 관객들은 누구보다 까다롭기로 유명한데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어땠나.
"이번 일정을 기준으로 한다면 일단 시체스에서 먼저 영화 상영이 있었고, 그 다음이 오타와, 마지막이 파리였다. 기본적으로는 모두 반응이 좋았다. 파리 같은 경우는 현지인 관객들이 80퍼센트 정도, 나머지가 한국 관객들이었는데 웃음 포인트도 한국 관객들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심지어 우현 배우가 영어를 못해서 벌어지는 해프닝까지도 관객들이 이해하고 박장대소했다. 이희준 배우의 춤 장면에 대해서도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핸섬가이즈>가 캐나다 원작 영화의 리메이크라는 사실을 해외 관객들은 인지하고 있었나? 특히 캐나다 관객들이 캐나다 원작을 보고 한국 리메이크 버전을 본 경우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오리지널 영화 같은 경우 캐나다 미국 합작 영화로 매니아층이 있긴 하지만 엄청난 히트를 한 작품은 아니다. 캐나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다른 관객들 역시 오리지널 영화의 존재를 모르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2004년에 연출한 <해피 딜리버리 서비스>라는 단편이 데뷔작이다. 이후로 많은 작품의 스탭과 조연출을 거쳐 감독 데뷔까지 2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데뷔가 늦은 이유가 있는지.
"상업영화로 감독 데뷔를 한다는 것은 거의 로또 당첨에 가까운…. 쉽지 않은 일이다(웃음). 단편 <해피 딜리버리 서비스>는 상명대학교 졸업작품이었다. 그렇지만 실은 대학 졸업 전에도 제작부로 일을 해 왔었기에 이후로 현장으로 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았다. 일을 일찍 시작한 탓에 조감독으로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올라갈 순 있었다. 그럼에도 감독으로 데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이었다. 시나리오를 꾸준히 썼지만 잘 안됐고, 삼십대 중반이 되었을 때 크게 회의가 들었다. 더 이상 불안정한 인생을 살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정말로 일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극적으로 하이브의 김원국 대표가 좋은 제안을 주셨고 마침내 내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 <핸섬가이즈>는 올 여름 화제작들 사이에서 제작비 대비 가장 흥행한 영화다 (<탈주>가 손익분기 200만을 넘긴 256만을 기록했지만 제작비 규모가 더 크다). 데뷔 영화인데 개봉 날짜가 시장 상태가 좋지 않았던 시기여서 염려가 많았을 것 같다.
"개봉을 잡는 것 자체도 어려웠고, 정해지기 까지도 굉장히 오래 걸렸다. 그 동안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덕분에 후반 편집에 신경을 더 쓸 수 있었기는 하다. 마침내 개봉이 결정되었을 때도 흥행에 대한 예측을 전혀 할 수가 없어서 계속 초긴장 상태였다. 시장도 그렇지만 영화 자체도 호불호를 예측하기 힘든 작품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언론배급 시사를 마치고 꽤 많은 매체에서 좋은 반응을 실어준 것을 보면서 조금은 안도 할 수 있었다."
▷ 최근 한국영화산업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이러니 한 것은 해외에서 한국영화의 반응은 여전히 매우 뜨겁다는 사실이다. 이번 해외 방문에서 마주한 해외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전망하고 있나.
"해외 관객들이 현재 한국영화시장 내부의 상황, 혹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것 같진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 문화, 영화에 대한 열광은 전혀 소진하지 않은 듯 했다. 다만 이전의 K-무비의 열기가 가장 뜨거운 분야였다면 지금은 K-컬쳐, K-푸드 등 전반적으로 다양하고 포괄적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애정이 폭 넓어진 인상이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어떤 것인지.
"하이브에서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이 있다. 디테일한 것들은 아직 만들어 가고 있는 중이지만 내가 재미있게 해 볼 수 있는 이야기라는 건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다."장장 3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가 끝났을 때 아쉬움과 궁금함이 오히려 더 커졌다. 도대체 <핸섬가이즈>의 찬란한 행보는 어디까지 계속 될까. 지금 현재도 세계 어딘가에서 상영되고 있을 이 영화는 어떤 관객들을 만나 어떤 역사를 쓰게 될까. <핸섬가이즈>의 신나는 여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김효정 영화평론가·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