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 속으로 들어간 AI…카카오도 '카나나'로 새 도전

카나나, 이용자 간 대화 맥락 기반
AI가 개인 맞춤형 답변 제공
카톡 위축 우려…구독형 모델 검토

메타, 페이스북 메신저·와츠앱 등에
챗봇 '메타 AI' 통합해 기능 고도화
스냅, '마이 AI'를 구독 상품에 활용
Getty Images Bank
카카오가 인공지능(AI) 메신저 앱 '카나나'를 공개하며 AI 중심 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메타, 스냅 등 해외 기업들도 메신저 앱에 AI를 도입하며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 AI를 통해 사용자의 앱 체류 시간을 늘린다는 전략이다.

○카카오, AI 메신저 ‘카나나’ 공개

1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22일 AI 메신저 앱 카나나를 공개했다. 내년 1분기 비공개 테스트(CBT)를 앞둔 카나나는 카카오의 AI 사업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자사의 메신저 앱 개발 및 운영 노하우에 AI를 접목해 ‘AI 네이티브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는 “카카오가 지난 10여 년간 쌓아온 메시지 플랫폼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을 넘어 AI와 사람 간 새로운 연결을 만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호 카나나엑스 성과리더가 지난달 22일 진행된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에서 AI 메신저 앱 ‘카나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카카오 제공
카나나는 이용자 간 대화 맥락을 기반으로 AI가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출시된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모델과 사용자가 1 대 1로만 대화한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를 기반으로 개인화된 답변을 받기 위해선 별도로 AI에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이와 달리 카나나는 사용자가 친구나 직장 동료 등과 대화한 맥락을 자동으로 고려해 AI가 반응한다. 대화 내용이 AI 답변을 위해 활용되는 만큼 모든 대화를 상대방이 수락해야지만 시작하도록 했다.

카나나는 개인과 그룹 대화를 지원하는 AI ‘나나’와 ‘카나’ 두 가지 모델을 적용한다. 나나는 사용자의 ‘개인 비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오늘 일정 알려줘”라고 나나에게 요청하면 대화방에서 나눈 내용을 바탕으로 “정오에 서울 광화문 A식당에서 점심 약속이 있고, 오후 5시 회사 사무실에서 회의가 있습니다. 회의 때 설문조사 취합본을 준비해야 해요”라는 식으로 답변한다. 반면 카나는 특정 대화방 내에서만 대화를 분석해 도움을 준다. 예를 들어 스터디그룹 대화방에선 함께 읽은 논문 관련 퀴즈를 제시하고, 연인 간 대화방에선 데이트 일정과 장소를 추천한다.

카나나의 이름엔 ‘가장 나다운 AI’라는 의미를 담았다. 기업명인 ‘카카오(kakao)’와 ‘나에게 배우고 나처럼 생각하며 행동하는’이라는 의미를 담은 ‘네이티브(native)’ 및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뜻하는 ‘내추럴(natural)’을 결합해 지었다.

○‘AI로 앱 사용 시간 늘려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AI로 메신저 앱의 기능을 고도화하고 있다. 메타는 4월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DM), 와츠앱 등 자사 메시징 플랫폼에 AI 챗봇 ‘메타 AI’를 통합했다. 메타 AI는 대화방에서 이용자가 쉽게 질문하고 답을 얻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메시지 입력창에 ‘@Meta(메타) AI’를 입력한 뒤 필요한 정보를 요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대화 중 “@Meta AI 이 근방에 피크닉 하기 좋은 공원 알려줘”라고 하면 AI가 사용자 인근의 공원을 추천한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전 세계 메타 AI 이용자 수가 5억 명을 넘겼다”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이 메신저 앱에 AI를 적용하는 이유는 앱 사용 시간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메신저 앱은 대부분 이용자가 무료로 쓰는 만큼 사용 시간을 최대한 늘려 광고 매출을 확대하는 게 핵심”이라며 “AI 내재화로 이용자의 필요를 메신저 앱 안에서 전부 해결하게 하면 사용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업계에선 카나나 출시로 인한 카카오톡 사용 시간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도 이런 우려를 의식한 듯 카나나에 구독형 수익모델을 도입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단순한 대화 기능을 넘어 이용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만큼 구독 모델을 도입해 추가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해외에선 메신저 앱에 AI를 추가해 구독형 상품에 활용하고 있다. 메신저 앱 ‘스냅챗’을 운영하는 미국의 스냅은 지난해 2월 AI 챗봇 서비스 ‘마이 AI’를 출시하며 스냅챗 플러스 구독자에게만 기능을 먼저 공개했다. 마이 AI는 전체 이용자에게 공개됐지만, AI 챗봇을 자신의 대화방 목록에서 고정하거나 삭제하는 기능은 여전히 스냅챗 플러스 구독자만 사용할 수 있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