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공백' 법적 리스크에 '수익성 반토막'…위기의 카카오

카카오, 1~3분기 합산 매출 감소
영업이익률, 2년 전 대비 '반토막'
연간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10%↓
AI 신규 서비스 예고…성과 '주목'
"광고·커머스 성장 계획 다질 것"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임형택 기자
카카오의 성장 엔진이 꺼져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에선 "잃어버린 성장"이란 평가도 나온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마이너스' 실적이 눈에 띄는 데다 과거 9~12%대를 기록하던 영업이익률도 반토막 났다. 특히 올 3분기 실적의 경우 총수가 부재한 가운데 '현상 유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 성장성 지표 '먹구름'…연간 영업익 감소

1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921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 직전 분기보다 4.2% 줄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2조311억원이었지만 이를 밑도는 실적이다. 성장성을 파악할 수 있는 매출 증가율을 보면 부진한 실적이 계속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올 1~3분기 합산 매출은 약 5조91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감소했다.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한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와 올 1분기 각각 23%, 22%를 기록하다 2분기에 들어서면서 4%로 둔화했다. 직전 분기 대비 증가율도 지난해 4분기엔 0.8%를 보였지만 올 1분기엔 -0.5%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2분기엔 1%였지만 3분기에 다시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 증가율은 매출보다 더욱 감소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10.9%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21~2022년만 해도 9~12%대에서 지난해 4~6%대로 축소됐고 올해 들어서도 6%대에 머물러 있다. 주요 수익원인 광고 부문 3분기 매출은 507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 증가하는 데 그쳤다. 톡채널 등 비즈니스 메시지 매출이 이 기간 21% 증가한 것과 달리 비즈보드 부문이 업황 부진으로 1% 감소한 실적을 낸 영향이다.

발목을 잡은 사업은 콘텐츠 부문이다. 콘텐츠 부문 매출은 977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다. 뮤직·스토리 매출은 각각 8%, 12% 감소했다.

'총수 부재' 3분기 실적 현상 유지…리스크 '여전'

총수 부재로 빚어진 경영공백 상태도 카카오에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냔 관측도 제기된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 7월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후 지난달 말 법원이 김 위원장 측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101일 만에 풀려났다.하지만 법적 리스크는 카카오 사업 전반을 옭아매고 있다. 검찰은 김 위원장 보석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한 상태다.

검찰은 또 최근 '콜 차단' 의혹과 관련해 카카오 본사와 카카오모빌리티 사무실 등을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2일 경쟁 가맹택시 소속 기사가 카카오T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차단한 행위를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2월에도 자사 가맹택시에 대한 '콜 몰아주기' 의혹으로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개인정보 해킹·유출 책임이 카카오에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감독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매출을 부풀렸다고 봤고 증권선물위원회는 제재 수위를 '중과실 2단계'로 정하면서 중징계 조치했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 수감됐던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돼 나오고 있다. 사진=뉴스1

AI 신규 서비스 발표에도 업계 "글쎄"

이러한 상황 속에서 카카오는 AI 서비스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제시했다. 'AI 카카오톡'으로 불리는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카나나' 출시를 예고한 데 이어 'AI 쇼핑 메이트'를 표방하는 'AI 커머스 MD'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가시적인 실적 반등을 이뤄내려면 핵심 사업인 광고 부문 성장세가 다시 궤도에 올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신규 AI 앱 서비스 출시도 중요하지만 결국 카카오의 이익 성장이 가시화될 광고 사업 반등 시그널이 확인되어야 한다"며 "(카나나는) 구독형 모델을 수익 모델로 제시했지만 유저 락인을 이끌 유의미한 효용이 학인되는 것이 성공 기대감을 높이는 선결 조건이라고 본다. 향후 중익 초점은 톡비즈 매출 성장에 있다"고 내다봤다.

카나나를 향한 비관적 전망도 없지 않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나나) 서비스의 구체적 형태에 대한 사용자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빠르게 진화되고 있는 LMM(거대언어모델) 등과 비교할 때 카나나의 커뮤니케이션 AI 에이전트로서의 파급력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비자 니즈를 자극할 수 있는 기능이 더 갖춰져야 하는데 아직은 조금 부족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비핵심 사업 '체질 개선'…광고·커머스 반전 주목

카카오는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는 등 체질 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8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콘텐츠 부문에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면서 핵심 사업의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과거와 같은 성장 동력 회복이 쉽지 않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비핵심 사업 정리, 핵심 사업 집중을 통한 ROE(자기자본이익률) 개선만이 카카오 밸류의 빠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정 대표는 "(카카오톡) 이용자들이 뚜렷한 목적이 없어도 카카오톡 내 모든 탭을 고루 탐색할 만한 이유를 만들고자 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광고와 커머스를 중심으로 한 핵심 사업의 성장, 재가속과 새로운 사업계획을 위한 기반을 단단히 다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