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질환 치료제 개발에 가속도…수십조 시장 개화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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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수를 찾아"치매 등 뇌 질환이 신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수년 전까지 이 분야에서는 임상시험, 기술이전 등의 사례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어요. 관련 기업의 실적과 주가도 우상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조한긷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
KoAct 뇌질환치료제 ETF, 상장 뒤 12%↑
"천문학적 규모의 치매·조현병 시장 겨냥"
국내 유일 '뇌 질환 치료제 펀드'를 운용 중인 조한긷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매니저의 설명이다. 그가 운용하는 'KoAct 미국뇌질환치료제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 9월 3일 상장한 뒤 최근까지 12.20%(최초 기준가 1만원 대비) 올랐다. 같은 기간 나스닥지수 상승률(8.88%)을 한참 웃돌았다. 뉴로진(82.28%), 인트라 셀룰라(24.58%) 등 주요 편입 종목의 주가가 이 기간 수십%씩 오른 덕분이다.최근 서울 서초구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그는 "뇌 질환 분야는 치료제 개발의 난도가 너무 높아 과거에는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며 "최근 인공지능(AI) 기술 덕분에 뇌의 구조를 규명하고 신약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찾는 속도가 빨라져 치료제 개발이 활기를 띄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정신질환 치료제 시장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32%, 치매 치료제 시장은 같은 기간 29% 성장할 전망"이라며 "이런 성장에 올라탈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찾아 이 ETF에 편입하고 있다"고 했다.
조 매니저는 뇌 질환 치료제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기업의 사례로 나스닥시장 상장 바이오 기업 버텍스를 들었다. 이 기업은 마약성 통증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는 신경병증성 통증치료제 'VX-548'로 임상 3상을 마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결과는 내년 1월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조 매니저는 "이 치료제는 최근 미국에 만연한 마약성 진통제의 문제를 완화할 수 있어 연 매출이 최대 10조원에 이를 것"이라며 "아직 주가에 이런 기대감이 완전히 반영되지는 않은 상태"라고 했다.치매 치료제로 지난해와 올 7월 각각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과 일라이릴리 등도 유망 기업이다. 과거의 치매 치료제는 발병 원인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약이 아니었고, 기억력 향상 등으로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데 중점을 뒀다. 조 매니저는 "바이오젠과 일라이릴리의 약은 발병 원인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기전(약효가 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어 더 치료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은 조현병 치료제로 지난 9월 FDA 시판 허가를 받았는데, 새로운 조현병 치료제가 시장에 나온 건 35년 만이었다. KoAct 미국뇌질환치료제액티브는 이들 종목을 최저 3%(바이오젠)에서 최대 16%(버텍스) 편입했다.조 매니저는 "KoAct 미국뇌질환치료제액티브 포트폴리오의 30~40%는 이미 약을 개발했거나 곧 개발이 완료되는 기업"이라며 "나머지는 아직 개발을 완료하지 못했지만, 기술력이 돋보이는 기업으로 채웠다"고 했다. 그는 "아직 치료제가 없는 분야에서 눈에 띄는 경쟁력을 보이는 기업, 또는 이미 치료제가 있어도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조 매니저는 미국 미시간앤아버대 뇌공학과(학사)를 졸업한 뒤 펜실베니아대(생명공학)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금융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모건스탠리 투자은행(IB)팀을 통해 증권업계에 발을 들였고,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들어온 건 지난 3월이다. 조 매니저의 이름 '한긷'은 '커다란 기둥'이라는 뜻으로 부모가 지어줬다고 한다. 그는 "내 확정기여형 퇴직연금(DC)도 최대 한도로 KoAct 미국뇌질환치료제액티브를 매수했다"고 귀띔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