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등에 불' 캐나다, 부총리 중심으로 '트럼프 준비팀' 구성

LG에너지솔루션, 포스코퓨처엠, 솔루스첨단소재 등 캐나다 공장설립
USMCA 개정하고 보편관세 적용시 큰 타격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9년 영국 허트포셔에서 열린 NATO 라운드테이블 미팅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후신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크게 손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캐나다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특별 내각위원회를 재구성했다.

10일(현지시간) AP통신과 폴리티코 등 외신들에 따르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지난 8일 꾸린 캐나다-미국 관계 특별 내각위원회의 대표로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부총리를 임명했다. 프리랜드 부총리는 트럼프 1기 정부에서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맡았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당시 NAFTA의 USMCA 협상장에 나란히 앉았던 사이다. 이후에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난 여름에도 만난 사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부총리. /로이터연합뉴스
트뤼도 정부는 트럼프 2기에서 쟁점이 될 수 있는 관세문제와 난민유입 문제, 국방비 지출 등에 각각 대비하는 중이다. 특히 관세 문제는 캐나다 경제 전체를 쥐락펴락하는 이슈인 만큼 부총리가 직접 나서서 심혈을 기울여 대응하고 있다.

캐나다는 전체 수출의 75%(연 약 6000억캐나다달러·약 600조)가 미국으로 향하는 등 미국 경제에 상당부분 의존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지난해 기준 양국 간 무역 규모는 하루 36억캐나다달러(약 3조6000억원)에 달한다. 매일 40만명이 양국 국경을 오가고, 80만명 가량의 캐나다인이 미국에 거주하고 있다.

트뤼도 총리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USMCA 협정에 대해 논의했다. 캐나다 정부 고위 관료들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소개했다. 산업부장관인 프랑수아 필립 상파뉴는 미국 33개 주를 찾아 42명 주지사를 만나는 등 적극적으로 외교 활동을 펼쳤다. '트럼프 시대'가 다시 오더라도 캐나다 경제가 충격을 받지 않을 방안을 나름대로 강구한 것이다. 캐나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국방비 지출 목표 2%를 2032년까지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심사안임을 고려해 빠르게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로버트 보스웰 토론토대 캐나다 역사 및 국제관계학 교수는 "캐나다는 관세와 통상에 관해 빠른 행동이 취해질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애런 에틴저 칼튼대 교수는 캐나다언론사 CBC에 지난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진행된 USMCA 협상에 관해 "고되고 힘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캐나다가 괜찮은 성과를 이뤘다(turned out okay for Canada in the end)"고 평가했다. 당시 트럼프 정부는 캐나다산 알루미늄 제품에 10% 관세를 재부과했고 캐나다는 보복관세로 대응했다고 이 언론사는 설명했다.
캐나다와 미국 간 협정 내용은 국내 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 북미지역에 진출하면서 미국 시장을 겨냥해 멕시코 뿐만 아니라 캐나다에도 법인이나 공장을 설립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기업들 중 대다수가 캐나다에 관련 공장을 지었거나 지을 준비를 한 상태다. LG에너지솔루션-스텔란티스 합작사, 솔루스첨단소재, 포스코퓨처엠-GM 합작사 등이 캐나다에 투자했다. SK온은 에코프로비엠-포드와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려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미국이 USMCA를 개정하면서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10% 이상의 보편관세를 적용할 경우, 기껏 인건비가 비싼 캐나다에 진출한 의미가 상당부분 퇴색하게 된다. 한 캐나다 진출기업 관계자는 "캐나다에 진출한 것은 USMCA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낮은 비용으로 공급망 사슬을 구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런 전제가 바뀌면 사업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상황을 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