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냄새 물씬 풍기며"…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컴백

24년 만의 글래디에이터 속편, 13일 개봉

더 커진 스케일과 오락성
캐릭터는 아쉬움 남아
리들리 스콧(86)의 역작 '글래디에이터'(2000)가 무려 24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왔다. 고대 로마시대 검투사를 소재로 한 글래디에이터는 실감나는 전투신과 직관적인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력 등 삼박자를 갖추며 오스카에서 5개 부문 상을 휩쓴 대작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지난달 화상간담회에서 "왜 이렇게 (속편 제작이) 오래걸렸냐는 말이 나오는데, 후속편을 쓰는 건 정말이지 위험한 작업이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위해 시간이 걸렸다"고 언급했다.
로마 재현한 웅장한 스케일…몰입도 높였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글래디에이터2는 '속편 징크스'에서 자유롭다고 보긴 어렵지만, 꽤나 선방한 작품이었다. 전편과의 긴 공백 덕분에 신선하게 느껴지는 게 강점 중 하나였다. 설정과 스토리 면에서 전편과 유사한 부분이 꽤 있지만, 24년이라는 시간은 전편의 그림자를 지워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새 영화는 1편의 주인공이자 전설적인 검투사 막시무스(러셀 크로우)의 죽음으로부터 20여 년 후, 루실라(코니 닐슨)의 아들 루시우스(폴 메스칼)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코니 닐슨은 두 편 모두 등장해 두 영화의 연결고리가 되고, 로마의 공화정 체제를 꿈꿨던 막시무스는 영화 중간중간 플래시백으로 등장해 영화의 세계관을 완성한다.
영화는 대규모 해상전이 벌어지는 오프닝부터 관객을 로마 시대로 데려간다. 당시 시대상에 걸맞게 여기저기 피가 낭자하고, 숨통을 조이는 전투가 실감나게 그려졌다. 제작진은 당시 로마의 실제 복장과 무기, 전술 등을 고증해 영화에 반영했으며 실제 콜로세움의 60% 크기의 세트를 직접 지었다고 했다.

제작비 약 3억 달러가 들었다는 영화는 150여 분의 러닝타임 내내 화려한 볼거리가 지속된다. 스콧 감독은 "천년도 더 지난 로마 시대의 냄새가 날 정도로 당시 로마 건축, 의상, 생활, 의식 모든걸 세세히 조사했다"며 "기독교인들이 콜로세움에서 산 채로 잡아먹힌 역사적 사실이 있지않나. 그런 끔찍함을 재현해냈다"고 설명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검투사들의 대결은 영화의 백미다. 이번 편에서는 CG로 구현한 괴물 원숭이와의 전투, 상어들이 가득한 해상 모의 전투 등 판타지적 요소도 포함되며 극적 재미를 더했다. 캐릭터 설정은 다소 아쉬워

전편과 가장 차이 나는 점은 캐릭터다. 1편에서는 카리스마를 넘어 신비롭기까지한 막시무스와 절대 악안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의 선명한 선악 구도로 이뤄져 있다. 이번 편에서는 팽팽한 선악구도가 등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쌍둥이 황제 ‘게타’(조셉 퀸)와 ‘카라칼라’(프레드 해킨저)가 폭군으로 등장하긴 하지만, 전 편의 코모두스급 존재감이나 역량을 보이진 않는다.

대신 신념과 가치의 대립이 두드러진다. '강한 자가 지배해야한다'는 검투사들의 주인 마크리누스(덴젤 워싱턴)와 '시민 모두를 위한 나라'를 외치는 루시우스의 대립은 현 시대에도 공감할 수 있는 효율성과 민주성의 대립을 보여준다.
막시무스와 루시우스는 검투사로 생사를 걸고 싸우다 인기를 얻고 시민의 영웅이 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성장 과정을 겪는다. 그러나 막시무스에 비해 루시우스는 보다 현실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인물이다. 루시우스는 초반에 로마에 대한 적개심으로 분노에 가득찬 결투를 하지만, 점차 자신을 둘러싼 과거의 비밀을 알게되면서 '대의'를 위해 싸우게 된다. 다만 이 과정에서 어머니와 로마에 대한 그의 심리 변화는 다소 갑작스럽게 느껴져 아쉬움이 남는다.
새 영화가 1편의 '막시무스급 신드롬'을 일으키진 못할 수 있지만 '아바타', '듄' 시리즈에 이어 영화관에서 꼭 봐야할 영화로는 손색이 없다. 작품성과 재미를 모두 갖춘 블록버스터가 귀한 지금의 영화판에서는 더욱 그렇다. 13일 개봉. 상영 시간 1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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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