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금감원, 바클레이스·씨티 불법 공매도 적발…최대 900억 과징금 검토

단일 IB 과징금 역대 최대 규모 가능성
과징금 산정은 법원 판결 등 관건 남아
글로벌 IB들은 '차익 크지 않아…과징금 수준 과도'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의적 불법 공매도를 한 글로벌 투자은행(IB) 두 곳을 추가로 적발했다. 이들에 대해 최대 총 900억원 규모 과징금을 부과할 전망이다. 현실화하면 당국이 공매도 제한 위반에 대한 과징금 제도를 도입한 이래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금감원, 바클레이스·씨티 불법 공매도 적발

11일 금융감독당국 안팎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바클레이스와 씨티 등 두 곳의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적발했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는 매매 방식이다. 현행 자본시장법은 공매도할 주식을 확보한 상태에서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용하고 있다. 금감원은 작년 10월 처음으로 글로벌 IB의 고의·상습적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한 이래 주요 IB 10여 곳에 대해 공매도 규제 위반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를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에서 들여다보고 있다"며 "바클레이스엔 과징금 최대 700억원을, 씨티엔 최대 200억원을 부과하는 초안을 두고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과징금 규모 등 조치안은 자조심을 거쳐 증권선물위원회가 결정한다.

당국이 논의 중인 초안대로 바클레이스에 과징금 700억원가량을 매기면 단일 IB에 부과한 역대 최대 규모 과징금 사례가 된다. 작년 한 해 불법 공매도 35건에 대해 부과한 총 과징금(약 371억원)을 훌쩍 넘어선다.

공매도 과징금은 최근 수년간 부쩍 증가세다. 정부가 2021년 불법 공매도 처벌을 강화하면서 원칙적으로 위반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꾼 까닭이다. 증선위는 작년 3월 외국계 금융회사 ESK자산운용에 약 39억원을 시작으로 작년엔 BNK파리바에 190억원, HSBC에 75억원 등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 7월엔 크레디트스위스에 271억원을 매겼다.

과징금 규모가 관건…주문·체결 기준 등 의견 갈려

당국은 이번 사안의 과징금 규모 산정 등을 두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 공매도 거래 재개를 앞두고 불법 공매도에 대한 엄정 제재 기조를 이어가야 하는 한편, 글로벌 IB의 불복 소송 리스크와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 등을 아울러 고려해야 하는 까닭에서다.

이날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외신간담회에서 "명확히 내년 3월31일에 공매도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며 "남은 후속 조치 과정에서도 해외 투자자들에 대한 설명과 소통에 나서겠다"고 했다.

당국은 무차입 공매도 주문의 고의성을 비롯해 위반금액 규모, 위반을 통한 이득 규모, 주문 체결률 등을 고려해 과징금을 산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법정에선 이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IB 여럿은 강력해진 과징금 조치에 불복해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들은 대부분 고의적으로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닌 점, 무차입 공매도를 통한 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다는 점, 대규모 차익을 내진 않았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당국의 제재 수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주문 대상 계좌·종목·방향 등을 실수로 잘못 선택했거나, 자체 주식 잔고 관리에 소홀한 탓에 무차입 공매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반면 금융감독당국은 글로벌 IB들이 국내법상 무차입 공매도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주문·관리 소홀 등을 방치했다면 그 자체가 잘못이라고 보고 있다.

올들어 법원은 증선위의 과징금 제재 결정 두 건에 대해 글로벌 IB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 8일엔 서울행정법원이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1만744주(당시 기준 약 251억원 상당)를 무차입 공매도한 ESK자산운용에 대해 39억원 규모 과징금을 취소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냈다. 지난 8월엔 44억원 규모 SK하이닉스 주식 4만여 주를 무차입 공매도한 외국계 운용사 케플러슈브뢰에 대해 과징금을 재산정하라는 1심 판결이 나와 증선위가 항소했다.

무차입 공매도의 발생 기준을 놓고도 금융당국과 재판부의 의견이 다르다. 금융당국은 글로벌 IB가 매도할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로 주문을 넣은 일 자체가 법 위반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최근 재판부는 무차입 공매도 주문에 대해 최종 체결이 이뤄진 경우에만 위법행위가 성립한다는 입장이다. 만일 한 IB가 빌린 주식이 없는 채 100억원 규모 공매도 주문을 넣었더라도 시장에서 10억원어치만 주문이 체결됐다면 그에 대해서만 처벌 수위를 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