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푸틴에 우크라戰 확전하지마"

취임 전 '종전 행보' 시동

WP "전화통화서 영토문제 논의"
러는 보도 부인…"대화 없었다"

2기 행정부, 우크라 평화에 초점
NATO가입도 20년간 유예 추진
現전선서 비무장지대 조성 구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에서 확전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전을 위한 행보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일 푸틴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유럽에 주둔 중인 상당한 규모의 미군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전쟁 확대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두 정상은 유럽 대륙의 평화 목표를 의논했으며,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후속 대화에 관심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타스통신 등 러시아 현지 매체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음날 브리핑에서 “보도는 완전히 사실이 아니고 전적으로 잘못된 정보일 뿐”이라며 “대화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과 푸틴 대통령의 대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아직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당시 “취임 후 24시간 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9월 말 유세에서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영토를 일부 포기했어야 했다”며 “최악의 협상도 현재 상황보다 나았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영토 포기가 그의 종전 구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당선인 정치 고문인 브라이언 란자 공화당 전략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의 영토 회복보다 평화 달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근 사이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20년간 유예하고 현재 전선을 동결해 비무장지대를 조성하는 방안이 종전 구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우크라이나 내에서는 군사 지원 중단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는 SNS에 “용돈 끊길 때까지 38일 남았을 때 모습”이라는 글과 함께 침울한 표정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영상을 올리며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을 시사했다.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대규모 드론 공격을 주고받았다. BBC방송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가 드론 145대를 출격시켰다며 서방에 추가 지원을 촉구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를 포함한 6개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드론 84대를 격추했다”며 “이는 개전 이래 최대 규모의 공격 시도”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군과 우크라이나군의 본격적인 교전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소식통을 인용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군에 점령당한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기 위해 북한군을 포함한 병력 5만 명을 집결시켰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들은 대규모 병력의 진격이 며칠 내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다연 기자 all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