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아파트 붕괴' 후 계약직 내보냈다가…法 "부당해고" 판결

'아이파크 붕괴' 후 계약직 해고
중노위 "천재지변…해고 정당" 판정
法, HDC현산 책임 인정…"부당해고"
HDC현산 1심 불복, 전날 항소장 제출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지난달 3일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HDC현산 제공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를 이유로 현장 계약직 근로자를 내보낸 것은 '부당해고'라는 판결이 나왔다. 회사 측은 '천재지변'으로 계약기간 만료 전에 내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사에 붕괴 사고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강재원)는 HDC현대산업개발 계약직이었던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난해 8월 한 재심 판정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회사와 2022년 1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광주 동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원가관리책임자를 보조하는 업무를 맡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체결 8일 뒤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신축 현장에서 외벽 붕괴로 하청 근로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HDC현산이 시공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HDC현산은 도급업체들과 시공 관련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체결했고 이를 조합에 통지했다.

A씨는 원가관리책임자와 함께 다른 현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사고 현장의 잔여 업무를 처리했다. HDC현산은 이후 지난해 1월 "(화정) 현장 공사가 부득이한 사정으로 중단돼 A씨의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됐다"고 통보했다.A씨는 곧장 노동위로 향했다.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한 것으로 부당해고라는 주장이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A씨 주장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중노위는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로 A씨가 수행하던 공사가 중단돼 근로계약이 만료됐기 때문에 부당해고가 아니다"라고 판단, 지노위 판정을 뒤집었다. 근로계약서를 보면 "근로계약 기간 중이라도 천재지변 등 불가피한 사유로 A씨가 수행하던 업무가 중단된 경우 그때를 계약만료일로 한다"고 나와 있다.

그러자 A씨는 중노위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가 부당해고를 당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근로계약서상 불가피한 사유의 예시로 '천재지변'만을 들고 있는 점이나 이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근로계약 관계가 오로지 HDC현산 사정에 따라 자동 종료될 수 있어 근로자 A씨의 지위가 지나치게 불안정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근로계약에서 정한 '불가피한 사유'란 천재지변에 준하는 정도의 불가항력에 의한 것으로 그에 관해 HDC현산의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고 HDC현산이 지배·관리하는 위험 영역 밖에서 발생해 통상의 수단을 다했어도 이를 예상·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HDC현산이 현장 시공에서 배제됐다는 사정은 HDC현산에 귀책사유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무엇보다 HDC현산이 지배·관리하는 영역 안에서 발생해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장 업무가 종료됐다는 회사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지난해 3월엔 원가관리책임자를 전보발령하면서 다시 사고 현장 원가관리자로도 겸직 발령했다"며 "관리자의 현장 업무가 종료됐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관리자 업무를 보조하던 A씨도 계속해서 업무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판단이다.

HDC현산이 1심 판결에 불복해 전날 항소장을 제출해 법적 분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최근 아파트 붕괴 사고와 관련해 HDC현산, 하청업체, 감리업체 등 책임자들에게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HDC현산 현장소장에겐 징역 10년을, 권순호 당시 사장에겐 징역 7년을 구형하면서 "이번 사고는 전형적 인재"라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현산·감리업체 등 책임자에게 징역 5~8년을, 회사 법인엔 각각 1억~10억원대 벌금을 구형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