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사리가 나온 개가 있었다고? 조선의 애완견 이야기 [서평]
입력
수정
조선시대 개 관련 글 31편 모아
사람보다 나은 개 이야기
개의 행동 통해 인간을 성찰
요즘 못지 않은 애견 문화도

<때로는 개가 사람보다 낫다>엔 사람보다 나은 개의 이야기가 모여 있다. 이종묵 서울대 국문과 교수는 조선시대 우리 선조들이 남긴 개에 관한 이야기 31편을 모았다. 사람을 사랑한 개, 개를 사랑한 사람의 이야기가 섞여 있다.
우리 조상들은 개의 감동적이거나 올바른 행동을 통해 잘못된 인간의 행위를 꾸짖는 교훈적 성격의 글을 많이 썼다. 주인을 화재에서 구하고 죽은 개 이야기도 있고, 어미 개가 죽자 따라 죽은 새끼 개의 이야기도 있다. 다른 개의 새끼에게 젖을 나눠 먹이는 개, 불심이 있어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개 등의 일화도 있다.
개 짖는 소리에 관한 흥미로운 글도 있다. 조선 시대 문인 박종경은 '개를 용서하다'란 글을 썼다. 그가 집에서 키운 개 두 마리는 피부병으로 몰골이 흉한 데다 아무렇게나 똥을 싸는 사고뭉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박종경이 병이 났는데, 개들이 짖어대는 통에 숙면을 취할 수 없어 병이 더 심해질 지경이었다.

개를 정성들여 키우는 방법을 기록한 글도 있다. 19세기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 구변증설'에서 개 키우는 여러 방법을 소개해놨다. 개가 여위고 힘이 없으면 미꾸라지 한두 마리를 먹여주면 된다. 생 흑임자를 개 발에 바르고 비단으로 싸 주면 천 리를 갈 수 있고, 개에 파리가 붙을 땐 향유를 두루 발라주면 된다. 오늘날 개를 자식처럼 애지중지 키우는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현대인에게 개는 애완을 넘어 반려의 존재가 됐다. 공원 산책길엔 유모차보다 자주 눈에 띄는 게 '개모차'다. 사람보다 나은 개를 기록한 조선시대 문인의 마음은 사람이 개만 못한 현실과 스스로의 행실을 성찰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저자는 개를 사랑만 할 것이 아니라 사람답지 못한, 개보다도 못한 처신이 없는지 자신을 돌아봤으면 한다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