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과 순수의 경계에서...백건우의 모차르트 음악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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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진섭의 한 판 클래식어린이의 시선으로 돌아간 피아니스트 백건우
피아니스트 백건우 모차르트 앨범 Part I
건반 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78세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천연의 모차르트를 연주해 앨범에 담았다. 앨범은 총 세 개의 시리즈로 나올 예정이다. 첫 번째 파트인 [Mozart Piano Works 1]에는 <환상곡 D단조 K.397>, <론도 D장조 K.485>,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 <아다지오 B단조 K.540>,<지그 G장조 K.574>,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545>, <전주곡과 푸가 C장조 K.394> 등 총 12곡이 180그램 LP 2장에 담겼고, 500장 한정반으로 발매되었다. 백건우는 오래전부터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그 마음을 담아 모차르트를 그들의 시선과 느낌으로 연주한 듯하다. 앨범 커버도 10세 아이가 그린 백건우의 초상화를 사용했다.
이 그림은 ‘나만의 느낌으로 그리는 백건우와 모차르트의 음악 세계’ 공모전을 통해 출품된 작품이며, 앨범 커버로 백건우가 직접 선택했다. 백건우는 이 그림에 대해 “거짓 없는 어린아이의 눈길이 그리웠던 것 같다. 모차르트 음악과 참 맞는 그림이다.”라고 밝혔다.
관록과 순수의 경계에서 연주한 모차르트 앨범
[Mozart Piano Works 1] - 2 LP깨달음의 경지에 오른 수도승처럼 자신의 길을 묵묵히 피아노 연주를 하던 백건우가 모차르트로 앨범을 낸 건 데뷔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앨범 발매 시 그는 "전에는 피아니스트로서 활동해야 한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지금은 그냥 음악을 하는 것만으로 굉장히 충만해진다”고 밝혔다. 앨범은 <환상곡 D단조 K.397>로 시작한다. 백건우는 이 곡을 묵직한 터치로 노련하게 음을 이어간다. 현재에서 동심으로 돌아가려는 준비 운동이라도 하듯, 힘을 서서히 빼면서 연주의 시간을 쌓아간다. <론도 D장조 K.485>와 <피아노 소나타 12번 F장조 K.332>에서 그가 바랐던 동심의 세계가 확 펼쳐진다. 그는 놀이터에서 상냥하게 뛰노는 아이처럼 때론 아장아장, 때론 총총히 건반 위에서 걸음질 치듯이 연주하지만, 노장의 관록과 여유도 잃지 않는다.
<아다지오 B단조 K.540>에서 연주한 정서는 다소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지지만, <지그 G장조 K.574>에서는 블록쌓기 놀이하듯 음 자체에 재미를 부여한다. 해맑은 웃음으로 음표의 징검다리를 걸어가듯 연주하는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545>에서 백건우가 의도했던 바는 극대화된다. 마지막 곡 <전주곡과 푸가 C장조 K.394>에서 청명한 하늘처럼 앨범 전체가 맑은 분위기로 정리된다. 연주자가 풍기는 특유의 분위기와 색감이 있다. 백건우가 묵묵히 피아노 앞에서 자신의 에너지를 쏟아냈던 구도자의 모습은 그 존재감이 컸다. 이번 앨범에서 백건우는 힘을 빼고, 모차르트의 자유분방하고, 재기발랄한 에너지를 최대한 살려 청명하고 상냥한 연주를 들려줬다.
백건우의 모차르트 3부작 중 두 번째 음반인 [Mozart Piano Works 2]가 최근에 발매되었고 (11월 13일 발매), 앞으로 또 하나의 모차르트 앨범이 나올 예정이다. 백건우가 어린아이들을 위해 펼쳐 낼 모차르트 테마파크가 더 기대되는 것은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는 백건우의 ‘음악적 태도와 갈증’에 있다. 음악의 본질이 있다면, 아마 순수성에서 출발할 것이다. 구도자의 옷을 잠시 벗고, 어린이처럼 건반에 앉은 백건우가 관록과 순수의 경계에서 연주한 모차르트는 천연 그 자체다. “나이가 들면 다시 고향을 찾는다고 하잖아요. 음악도 비슷한 것 같아요. 베토벤 전에 모차르트로 시작해, 낭만주의와 현대음악으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게 아닐까 싶네요.”
- 백건우 인터뷰 中
이진섭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관련 뉴스] 백건우는 열 살 아이의 삐뚤빼뚤 초상화를 모차르트 커버로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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