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기야팩토리, 스마트 기술로 이동식 수조 해수 질 관리…수산물 유통, 생산성·신선도 모두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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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 질 관리 이동식 수조 개발“스마트팜이나 콜드체인만 봐도 알 수 있죠. 농산물에 비해 수산물의 DX(디지털 전환) 적용은 걸음마 단계입니다.”
어류 유통과정 최상의 질 유지
내륙 거점형 수산풀필센터 구축
DX 기반 수산물 유통구조 혁신
부산 지역 수산물 유통기업 어기야팩토리가 수십 년째 관행처럼 이어져 온 수산물 유통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기술을 내놨다. 최현우 어기야팩토리 대표는 “해수 질을 산지부터 소매상까지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내륙에도 노량진 수산시장과 같은 유통 인프라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안가에서 물고기를 실은 활어 트럭 중심의 순회집하 방식을 수산물 풀필먼트 거점 구조로 바꾸는 게 어기야팩토리의 목표다. 센서와 AI(인공지능)가 질 좋은 해수 공급의 원천이다.
○물류 혁신의 밑거름 ‘센서’
활어는 농산물과 달리 보관 및 운송 과정에 물이 필수로 들어간다. 해수 질에 따라 어류의 신선도에 차이가 나는 구조다. 산지에서 활어 트럭, 소매상 등 세 번의 수조 교체 과정은 어류의 신선도를 되레 떨어트릴 수 있다.최 대표는 “어종마다 다르지만 유통 과정에서의 어류 폐사율은 대체로 평균 10% 정도로 알려져 있다”며 “특히 온도와 염도 등 어종마다 해수 상태를 달리 관리해야 하며 한 마리만 죽어도 폐사로 이어지는 어종도 있어 수산물 유통 시장은 DX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어기야팩토리는 물류 과정의 모든 활어 트럭을 추적할 수 없으므로 해수 질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그 결과 나온 제품이 이동식 스마트 수조다. 자체 개발한 센서는 해수의 염도, 수온, 암모니아, 산소포화도를 측정한다. GPS도 달렸다. 이 수조는 간편하게 이동이 가능하고 조립도 가능해 유통 과정에서 수조 교체 없이 생선을 유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기존 활어 트럭 대비 경제적이다. 활어 트럭은 해수 부식으로 감가상각이 크고 운송비도 300만~400만원으로 높은 수준이다. 운전자 상황에 따라 배차도 어렵다. 대신 용달차를 이용해 어기야팩토리의 수조를 장착하면 초기 투자 비용은 활어 트럭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다. 운송비는 5~10만원에 불과하다. 최 대표는 “카고 트럭은 플랫폼이 잘 구축돼 있어 배차도 쉽고 물류비용도 낮다”며 “이 플랫폼들을 활용해 이동식 수조를 산지로 보낸 뒤 화물 트럭으로 싣고 오는 방식을 활용하면 소매상 입장에선 활어 신선도 유지와 경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센서와 만난 AI, 물류혁신 토대 만든다
어기야팩토리는 스마트 수조 기술을 중심으로 올해부터 AI 기술 개발에 들어간다. WFC(수산풀필먼트센터)에서 쓰는 해수를 재처리하는 AI 기술이다. 수조에 들어간 해수는 사용한 뒤 일반적으로 하수 처리한다.어기야팩토리는 우선 수조에서 쓴 해수에 대해 수질 이미지 분석해 폐수 여부를 AI가 가린다. 거품의 양 등을 이미지 분석해 폐수로 판정하면 해수의 침전물을 제거한 뒤 2차 여과기에서 다시 한번 수질 판단을 한다. 만약 여기서도 수질이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하면 해빙 처리를 한다. 킹크랩 등 고부가가치 갑각류는 3℃ 이하의 해수에서 산다. 따라서 온도 유지를 위해 전기를 쓰는 대신 해빙으로 재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2차 여과기에서의 수질 판단을 통과한 해수는 재처리 시설로 들어가 암모니아, 탁도, 염도, pH 등의 지표 측정을 거치며 활용할 수 있는 해수로 재탄생한다. 이 물은 해수 재순환 처리 시설로 들어가 수조로 공급된다.
어기야팩토리는 이미 무인으로 운영되는 양산센터에서 이 기술 시험에 들어갔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해수 공급이 어려운 내륙에도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과 같은 수산물 도매시장을 만들 수 있다. 대량의 어류를 순회집하하는 방식 대신 거점별 물류 시스템으로 신선한 어류를 전국 각지로 유통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베트남 최대 수산물 유통기업은 지난 8일 어기야팩토리와 1억원 규모의 스마트 수조 수출 계약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산지부터 수도 하노이까지의 물류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데다, 1개의 소매상이 50종이 넘는 어류를 관리하는 점, 수조 대신 비닐봉지로 포장해 배송하는 시스템 등의 열악한 환경을 어기야팩토리가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최 대표는 “소매상에게는 어종 맞춤형 수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신선도 유지를 위한 컨설팅도 할 수 있다”며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에 내륙 거점형 풀필먼트센터를 짓고 DX 기반의 수산물 유통 시장을 장악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