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실세 된 머스크…美 관료주의 대수술 나선다

트럼프, 12일 "머스크와 라마스와미, 정부효율부 이끌게 됐다"
머스크, 지난 8월 트럼프에게 먼저 제안
"2조 달러 예산 삭감할 것"
전문가 "실현 불가능할 것" 의구심
사진=AFP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리더로 공식 지명되면서 미국 관료주의와 이에 따른 과잉 지출 삭감에 나선다. 미국 정부의 공무원 수와 재정 낭비를 줄어 2조 달러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게 목표다. 정부 효율성을 막는 관료주의 수술은 필요하지만 2조 달러 목표는 국방비 감액 등을 포함하지 않고선 실현 불가능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지출 낭비 제거”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위대한 일론 머스크가 애국자 비벡 라마스와미와 협력해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게 되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성 지출을 삭감하며, 연방 기관을 재구조화하도록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마스와미는 기업인 출신으로 올해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하며 주목받았다.트럼프 당선인 또 정부효율부 신설이 “미국 구하기(Save America) 운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이것은 잠재적으로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추진한 비밀 군사 프로젝트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매년 6조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출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방대한 낭비와 사기를 제거할 것”이라며 “이들의 작업은 2026년 7월 4일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현재 2024 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총 지출은 6조 7500억 달러, 총 수입은 4조 9200억 달러다. 총 수입에서 총 지출을 뺀 재정적자는 1조 8300억 달러로 이전 회계연도보다 1380억 달러가 증가했다. 이에 따른 총 국가 부채는 35조 4600억 달러다.

머스크가 먼저 제안

정부효율부는 머스크가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제안했고 트럼프 당선인이 9월 공식적으로 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정부 규제와 효율성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시했다. 캘리포니아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려다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자 텍사스로 이전을 선언했다.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를 지연시키는 당국을 고소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규제에 쓰이는 정부 예산을 줄이고, 공무원에게도 더욱 철저한 성과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라마스와미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다. 경선 당시 그는 미국의 국방력 강화 필요성과 중국에 대한 견제 강화 등을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연방수사국(FBI), 교육부, 원자력 규제위원회 등 연방정부 기관을 없애겠다고 공약하기도 했다. 이후 경선에서 중도하차한 뒤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지하며 그의 최측근 대열에 합류했다.

“2조 달러 줄일 수 있어”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이 “국가 예산 6조 5000억 달러 중 얼마를 절감할 수 있겠냐”고 묻자 “최소한 2조 달러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뉴욕시 매디슨 스퀘어 가든 집회에서는 “당신들의 돈이 낭비되고 있으며, 정부효율부는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우리는 정부가 당신의 생활과 지갑에서 손을 떼게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하지만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2조 달러를 절감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 경제 클럽 연설에서 “연방 예산 삭감에서 2000억 달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 비즈니스 스쿨 전 학장인 경제학자 글렌 허버드는 “국방비, 연금 프로그램, 이자 지출과 같은 항목이 지출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다른 항목들만으로는 2조 달러에 달하는 절감액을 달성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부처를 만들 경우 하원 및 상원에서 부처 설립을 위한 근거법이 통과해야 할 뿐 아니라 인력 배치 및 예산 배분 등도 필요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제안한 2026년 7월 4일까지 부처 신설도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01년 9·11 테러로 필요성이 제기된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2002년 관련 법안이 통과되어 2003년에 정식 부서로 출범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워싱턴=이상은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