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 기업형 도박사이트 운영 일당 50명 검거

울산경찰청, 13명 구속·37명 입건…최소 3천억원대 부당이득

정상기업 위장해 '벤처기업' 정부인증 받아…명품 등 100억 상당 추징보전
경찰이 압수한 불법 도박사이트 대포통장. 울산경찰청 제공

정보기술(IT) 업체까지 설립해 4조원대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 50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울산경찰청은 도박 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40대 A씨 등 13명을 구속하고 37명을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14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씨 일당은 2019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해외에 서버를 두고 필리핀, 태국 등 외국과 인천, 부평 등 국내에 컴퓨터 등을 갖춘 사무실에서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해외에 있는 건물을 통째로 사들여 운영사무실을 마련하고, 주변 지인을 영입하여 실장·부실장·직원 등으로 역할을 분담시키는 등 조직적인 범행을 이어왔다.

이들 중 홍보 및 회원모집책인 일명 ‘총판’의 경우 신원을 숨기기 위해 유명인 얼굴을 딥페이크하여 유튜브를 통해 도박방송을 송출하는 방식으로 회원을 모집했다.영상 송출시, 얼굴에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하거나, 목소리를 위·변조하는 기술으로, 본 건의 경우 딥페이크 기술로 신원 노출을 피하고, 유명인의 모습으로 다소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여 일반인 또는 도박자들의 흥미를 자극했다.

도박 참여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하면 해외에서 중계되는 카지노, 불법 스포츠토토 등에 돈을 걸게 했다.

이들은 또 자금 흐름을 감추기 위해 회원들이 특정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현금을 사이버머니로 바꾸게 한 뒤 가상계좌를 통해 도박사이트를 이용하도록 했다.이들은 이런 시스템을 갖추고자 애플리케이션 개발사나 결제대행사(PG사)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영입한 후 개발사, PG사 등 IT 업체 3곳을 직접 설립하고 가상계좌 수만 개를 만들었다.

실제 이들이 설립한 IT 기업 중 1곳은 정관을 두고 주식을 발행하는 정상적인 기업인처럼 운영돼 중소벤처기업부 인증 '혁신성장형 벤처기업 확인서'까지 받았다.

이들은 회원들이 도박으로 잃은 금액의 최대 30%를 챙겨 최소 3천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수익금을 일당인 상품권 취급업자 계좌에 넣어뒀다가 세탁한 후 현금화했다.

상품권 취급업자가 상품권 구매를 목적으로 인출 요청을 하면 은행이 큰 제약 없이 인출을 승인하는 점을 노린 것이다.

A씨 등은 범죄수익금으로 아파트와 스포츠카, 명품 시계 등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의 계좌 분석 등을 통해 부동산과 명품, 예금 등 총 100억원 상당을 기소 전에 추징 보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직이 크다 보니 캄보디아에 3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매입한 후 100명 정도가 숙식하면서 환전팀, 보안팀 등 업무를 나누고 사무실을 운영하기도 했다"며 "수익금으로 가상화폐에 투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에 검거한 총책 외에도 필리핀 인터폴과 이민국 공조를 통해 올해 7월 필리핀 현지에서 해외 총책을 검거해 현재 송환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도박사이트 이용자 중 신원이 확인된 107명을 도박 혐의로 입건했다.

이 중에는 청소년도 있으며, 과거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구속된 저축은행 직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울산경찰청 형사기동대(총경 양순봉)는 도박사이트 조직에 대한 수사력을 집중해 사이트 운영 및 자금세탁의 구체적 범행 수법 · 조직 구성·․ 공범 관계 등 추가 수사와 함께 해외 도피중인 운영진에 대하여는 끝까지 추적 수사를 통해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