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임기 다 마친 후 의원직 상실형…'지연된 정의'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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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협 후원금 횡령 혐의' 윤미향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후원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윤미향 전 의원의 유죄가 14일 확정됐다. 검찰이 기소한 지 4년 2개월 만이다. 국회의원 임기를 모두 마치고도 약 반년이 지나서야 의원직 상실형이 확정된 것으로, 재판 지연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기소 4년 2개월 만에 유죄 확정
임기 종료 반년 지나서야 의원직 상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이날 사기·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윤 전 의원의 상고심에서 윤 전 의원과 검찰 측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기죄, 보조금법 위반죄, 업무상횡령죄, 기부금품법 위반죄 등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판단을 누락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윤 전 의원은 2011~2020년 217차례에 걸쳐 정대협(정의기억연대 전신) 자금 1억35만원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1억2967만원을 개인 계좌로 모집한 뒤, 이 중 일부를 시민단체 후원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한 혐의(기부금품법 위반) 등도 받았다.
1심 법원은 정대협 자금 중 1718만원에 대한 횡령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 법원은 지난해 9월 횡령액을 비롯해 유죄로 인정되는 범위를 7958만원으로 대폭 늘리면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을 올렸다. 대법원도 2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이날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현직 국회의원 신분이라면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지만, 윤 전 의원은 길어진 재판으로 임기를 모두 마칠 수 있었다. 그가 기소된 건 2020년 9월로 무려 4년 2개월에 달하는 장기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이번 대법원 선고도 지난해 9월 20일 항소심 판결이 나온 이후 약 1년 2개월 만에 이뤄졌다.조희대 대법원장도 취임 때부터 줄곧 '재판 지연' 문제를 지적해온 만큼, 재판 지연은 사법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힌다. 윤 전 의원의 사건은 최강욱 전 의원의 '조국 아들 인턴 허위 발언' 사건과 함께 대표적인 재판 지연 사례로 꼽혀왔다.
최 전 의원은 2017년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2020년 1월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9월 대법원으로부터 유죄를 확정받았다. 3년 8개월에 걸친 재판으로 인해 최 전 의원은 임기를 상당 기간 채울 수 있었다.'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도 대표적인 재판 지연 사례로 평가된다. 이 사건은 2020년 1월 29일 법원에 접수돼 2023년 11월 29일 1심 결론까지 3년 10개월이 걸렸다. 그사이 사건 당사자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4년 임기를 모두 마쳤다. 이 사건 2심 재판부는 이달 말로 예정돼 있던 선고를 미룬 상태다.송영훈 국민의힘 대변인은 윤 전 의원 유죄 확정 관련 논평을 내고 "윤씨를 단죄하는 데 법원의 시간만 무려 4년 2개월이 걸렸다. 이 결과를 본 국민들께서는 1심에만 무려 800일이 걸린 이재명 대표의 남은 재판들도 이렇게 할 것인지, 항소심 선고가 또다시 미뤄진 울산시장 선거 공작 사건은 언제 판결할 것인지 묻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