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 경쟁은 그만! 두바이 건축의 미래는 '쓰레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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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0회 두바이 디자인 위크를 가다 (1)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할리파’,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 세계에서 가장 큰 관람차 ‘두바이 아인’.
두바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거대 자본을 앞세워 첨단 건축의 경연장으로 널리 알려진 이 땅에 지난 5일 낯선 광경이 펼쳐졌다. 밋밋한 회색 벽돌과 지푸라기, 쓰레기로 만든 엉성하고 얼룩덜룩한 건물들이 두바이 한복판에 나타난 것. 중동지역 최대 디자인 박람회인 ‘제10회 두바이 디자인 위크(DDW)’에서다. 40개국에서 온 300개 브랜드와 아티스트가 5일간 참여한 DDW는 중동지역 최대 디자인 박람회다. 두바이를 중동 예술의 수도로 만들자는 취지로 2015년 첫선을 보였다. 두바이 디자인 지구(D3)에서 건축물과 설치미술을 선보이고, 컨템포러리 디자인 박람회 ‘다운타운 디자인’, 중동 지역 최초 한정판 미술·디자인 박람회 ‘에디션스’도 함께 열린다. 올해의 큰 테마는 ‘재생 가능한 건축’이었다.두바이 디자인 지구 D3의 키워드는 재생 가능성이다. 세계 각국의 친환경 건축기술 회사들이 신기술 선보이는 설치물이 곳곳에 보였다. 일본 건설사 미쓰비시지쇼디자인은 재활용 소재를 3차원(3D)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티하우스를 선보였다. 톱밥을 활용해 3D 프린팅 재료인 필라멘트를 만들고, 네모난 깔때기 형태의 찻집을 지었다. 이때 접착제와 못을 사용하지 않는 일본 전통 건축 방식을 따라 나무판자를 퍼즐처럼 끼워서 맞춘 점이 돋보였다.이탈리아의 창작그룹 이솔라가 내세운 모토는 ‘순환 경제’다. 재활용 소재로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새로 지어진 물건들이 분해되고 다시 이를 재활용해 소재를 순환시킨 구조다. 소재는 밧줄, 페트병 뚜껑, 나무 섬유, 콩기름 등 각종 폐기물이다. 건축자재부터 나무판자, 가구, 휴대폰 케이스 등 삶에 밀접한 물건을 제작해 재활용 소재의 범용성을 보여준 게 특징이다. 그러면서 재활용한 소재의 질감과 색감을 숨기지 않고 그대로 드러내 투박하지만 알록달록한 디자인이 돋보였다.스위스 건설사 옥사라(OXARA)는 진흙과 건축 폐기물을 재활용해 시멘트 대체재를 개발했다. 아직 3층 높이까지밖에 짓지 못하지만, 친환경 소재면서 가격도 저렴하다. 창립자 냔리 란드루는 “시멘트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90% 이상 절감할 수 있다”며 “이 소재를 이용해 만든 건축물의 60%는 또다시 재사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냉장고의 겉면을 갈아 재활용 소재를 만든 굿플라스틱컴퍼니, 나무 폐기물로 나무판자를 제조한 데저트보드까지 일상생활 속 버려지는 모든 소재가 건축과 인테리어의 재료가 되는 현장이 펼쳐졌다.
두바이=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