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위해 곰팡이로 지은 집" 예술로 전쟁 극복하는 아랍

제 10회 두바이 디자인 위크를 가다 (2)
두바이 디자인 위크의 또 다른 화두는 팔레스타인이었다. 국적, 민족과 상관없이 이슬람을 믿는 모두가 하나의 가족이라는 믿음을 품고 있는 무슬림 공동체는 각종 예술 행사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대신 예술로 팔레스타인에 힘을 보태기로 결심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축물은 두바이 디자인 지구 한가운데 자리한 난민용 숙소 ‘ReRoot’(리루트)다. 다시 뿌리내리다라는 뜻의 이 작품은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을 위해 지어졌다. 레바논, 프랑스, 핀란드, 팔레스타인 출신 디자이너들의 합작품이다.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한 명의 난민이 난민캠프에서 머무르는 시간은 평균 17년. 단순히 비와 바람을 피하는 용도에 그치지 않고 피란민이 편안함을 느끼고,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달팽이 껍데기처럼 입구부터 방까지 나선형 구조로 구성해 문 없이도 아늑함과 안정감이 느껴지도록 설계했다.

스웨덴의 가구 브랜드 이케아에서 영감받아 난민들이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기능도 더했다. 집에 부착된 화단에서는 고향에서 자라는 식물을 기를 수 있고, 여러 개의 유닛을 조합해 1인 단위부터 가족, 한 마을이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조립할 수 있다.

이 집에는 곰팡이 군체의 한 종류인 ‘마이실리움’이라는 소재가 쓰였다. 야자나무 껍질을 배양해 제작한 이 소재의 가장 큰 장점은 친환경적이면서도 매번 자재를 옮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 지역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나무껍질, 톱밥 등 유기물 쓰레기만 있으면 난민들이 직접 배양해 다양한 모양으로 만들 수 있다. 보온 효과는 물론이고 불이 잘 붙지 않는 내화성을 지닌 데다 가볍기까지 하다.리루트의 개발자 앤디 카르티에는 “버려진 것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리루트의 목적은 ‘생명을 다시 만든다’에 있다”며 “친환경 소재를 통해 이 철학을 사회 공동체뿐 아니라 자연환경에도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 땅의 난민들을 위하여

아랍에미리트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디자인 편집숍 ‘아트 자밀 숍’에도 난민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그중 매장 한가운데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내놓은 홈데코 브랜드 ‘메이드51(MADE51)’의 팝업이 눈에 띄었다.
메이드51의 작품은 피란민이 자신들의 전통 문양과 공예 방식을 활용해 만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 파우치, 인형 같은 작은 액세서리 등이다. 이 수익금은 전쟁과 재난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피란민을 돕는 데 사용된다고. 난민들이 자신의 전통과 문화유산을 지키는 동시에 제품 생산으로 경제적인 수입을 얻고 경제적 자립 능력을 기를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각 제품이 담긴 상자에는 ‘요르단에 사는 시리아 난민 여성 OOO의 손끝에서 만들어졌다’는 표시가 있다. 그 위에는 필리포 그란디 유엔난민기구 최고 대표가 쓴 문구도 적혀 있다.

“이 작품에는 역사와 문화, 전쟁과 탄압을 피해 도망친 한 인간이 아름다움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담겨 있습니다.”

두바이=구교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