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당이냐 아니냐'…기로에 선 美 공화당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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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이 13일(현지시간) 공식적으로 상·하원 다수당의 지위를 확정지었다. 상원은 일찌감치 100명 중 절반을 넘는 53석을 따냈고, 하원에선 이날 애리조나주에서 개표 결과가 확정되면서 435석 중 과반인 218석을 확보해 대통령·상원·하원을 모두 휩쓰는 ‘레드 스윕’ 달성에 성공했다.
공화당은 이날 오전 새 상원 원내대표로 사우스다코타주의 4선 의원 존 튠(63)을 선출했다. 튠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하는 등 ‘트럼프주의자’들과 거리를 뒀던 인물이다. 하원 의장에는 마이크 존슨 현 의장(공화당)이 재선출됐다.
튠 의원은 선출 직후 연설에서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 뒤에 단결해 있으며, 우리의 일은 오늘부터 시작된다”며 “우리는 바이든 정부의 의제가 남긴 혼란을 해결할 의무와 트럼프 당선인의 우선사항을 실행할 의무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들이 신속하게 임명될 수 있도록 모든 선택지를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2020년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비판하고 지난 8월에도 보편관세 전략에 대해 “인플레이션 상승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주장한 튠 의원이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 의견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튠 의원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내정된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지지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를 '경멸스러운 사람'이라고 부르는 등 오랜 앙숙인 미치 매코널 전 상원 원내대표와 6년간 공화당 지도부를 함께 이끌기도 했다. 온화한 성품으로 정당을 가리지 않고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 지난 9월 초 빌 해거티 의원 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국내 정관계 인사들과 기업들을 만나고 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튠 의원이 의원들 간, 트럼프와 의회 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조율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며 “첫 번째 시험대는 트럼프의 행정부 고위직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과 전날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피터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쏟아지는 중이다. 게이츠 의원은 오랫동안 트럼프를 강하게 지지해 온 대표적 충성파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날 NBC방송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화염방사기로 법무부를 같아할 것이고 게이츠는 그 화염방사기”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2017년 17세 여성을 성매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정치적 성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그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법무부 수장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온건파에 속하는 수전 콜린스 의원(메인) 등은 게이츠 지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리사 머코우스키 의원(알래스카)은 “우리는 진지한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고 이번 지명은 내 선택지(빙고 카드)에 없다”고 NBC방송에 말했다.
게이츠 의원의 공화당 하원 동료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맥스 밀러 하원의원(오하이오)은 게이츠 지명이 “대통령이 충성스러운 병사에게 상을 주는 일”이라며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과 그의 팀은 게이츠 의원이 결코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의회 내 충성분자를 골라 내려고 일부러 논쟁적 인물을 앞세워서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케빈 크레이머 의원(노스다코타)은 게이츠 내정에 대해 “이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상원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전향한 후 음모론을 설파하고 있는 툴시 개버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하와이)가 민감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이날 내정된 것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외에 이날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참모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자신의 골프 캐디 출신으로 선거대책본부 선임보좌관을 지낸 댄 스캐비노, 제임스 블레어 전 공화당전국위 정무국장, 정치자금 모금단체의 수장을 지낸 테일러 부도위치 등 4명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발표했다.
한편 공화당의 레드스윕 달성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등 주요 현안을 입법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권 초기에는 행정명령을 사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향후 법적 소송 등으로 정책이 후퇴하는 것을 막고 정책의 장기적인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폴리티코는 ‘무역 차르’ 자리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측근을 인용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주요 의원 및 의회 직원과 함께 관세를 입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공화당은 이날 오전 새 상원 원내대표로 사우스다코타주의 4선 의원 존 튠(63)을 선출했다. 튠 의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관세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하는 등 ‘트럼프주의자’들과 거리를 뒀던 인물이다. 하원 의장에는 마이크 존슨 현 의장(공화당)이 재선출됐다.
○비(非) 트럼프계 원내대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가 공개적으로 지지했던 릭 스콧 의원(플로리다)는 53명의 공화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날 오전 진행된 1차 투표에서 가장 적은 13표를 얻어 탈락했다. 튠 의원은 이어 진행된 2차 투표에서 29표를 얻어 경쟁자 존 코닌 의원(텍사스)을 누르고 원내대표로 뽑혔다.튠 의원은 선출 직후 연설에서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의제 뒤에 단결해 있으며, 우리의 일은 오늘부터 시작된다”며 “우리는 바이든 정부의 의제가 남긴 혼란을 해결할 의무와 트럼프 당선인의 우선사항을 실행할 의무를 부여받았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사람들이 신속하게 임명될 수 있도록 모든 선택지를 살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서는 2020년 트럼프의 선거 불복을 비판하고 지난 8월에도 보편관세 전략에 대해 “인플레이션 상승을 위한 처방전”이라고 주장한 튠 의원이 향후 트럼프 당선인과 의견을 달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튠 의원은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내정된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지지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갈등을 빚었다. 트럼프를 '경멸스러운 사람'이라고 부르는 등 오랜 앙숙인 미치 매코널 전 상원 원내대표와 6년간 공화당 지도부를 함께 이끌기도 했다. 온화한 성품으로 정당을 가리지 않고 동료 의원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다. 지난 9월 초 빌 해거티 의원 등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국내 정관계 인사들과 기업들을 만나고 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튠 의원이 의원들 간, 트럼프와 의회 간 의견 차이가 있을 때 이를 조율해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며 “첫 번째 시험대는 트럼프의 행정부 고위직 인선”이라고 지적했다.
○법무·국방장관 인선에 우려 속출
트럼프 당선인은 의회에 대해 지명자를 의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게 하는 ‘휴회 인준’ 권한 등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며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강요하고 있다. 공화당 내 트럼프 추종세력의 비중이 높아지긴 했지만, 공화당 의원 모두가 트럼프를 100% 따르는 충성파는 아니다.특히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차기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 하원의원(플로리다)과 전날 국방장관으로 지명한 피터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쏟아지는 중이다. 게이츠 의원은 오랫동안 트럼프를 강하게 지지해 온 대표적 충성파다.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이날 NBC방송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화염방사기로 법무부를 같아할 것이고 게이츠는 그 화염방사기”라고 묘사했다. 하지만 2017년 17세 여성을 성매수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정치적 성향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그가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법무부 수장이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공화당 소속이지만 온건파에 속하는 수전 콜린스 의원(메인) 등은 게이츠 지명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리사 머코우스키 의원(알래스카)은 “우리는 진지한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고 이번 지명은 내 선택지(빙고 카드)에 없다”고 NBC방송에 말했다.
게이츠 의원의 공화당 하원 동료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맥스 밀러 하원의원(오하이오)은 게이츠 지명이 “대통령이 충성스러운 병사에게 상을 주는 일”이라며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과 그의 팀은 게이츠 의원이 결코 상원 인준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의회 내 충성분자를 골라 내려고 일부러 논쟁적 인물을 앞세워서 반응을 살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케빈 크레이머 의원(노스다코타)은 게이츠 내정에 대해 “이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상원을) 시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전향한 후 음모론을 설파하고 있는 툴시 개버드 전 민주당 하원의원(하와이)가 민감 정보를 다루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이날 내정된 것도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외에 이날 불법 이민자 추방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참모 스티븐 밀러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자신의 골프 캐디 출신으로 선거대책본부 선임보좌관을 지낸 댄 스캐비노, 제임스 블레어 전 공화당전국위 정무국장, 정치자금 모금단체의 수장을 지낸 테일러 부도위치 등 4명을 백악관 부비서실장으로 발표했다.
한편 공화당의 레드스윕 달성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등 주요 현안을 입법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권 초기에는 행정명령을 사용하더라도, 장기적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향후 법적 소송 등으로 정책이 후퇴하는 것을 막고 정책의 장기적인 기반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폴리티코는 ‘무역 차르’ 자리에 임명될 것으로 알려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측근을 인용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주요 의원 및 의회 직원과 함께 관세를 입법화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