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위, 野 상법개정안에 부정적 의견…"외국 사례 드물고 경영 활동 침해"

금융위, 정무위원장 질의에 '신중' 의견
윤한홍 "민주당식 처방엔 동의불가"
사진=한경DB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사의 충실의무를 총주주로 확대하는 내용 등을 담은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일부 조항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의무공개 매수 등 무리한 지배구조 개선이 시장에 미치는 악영향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국회 정무위원장인 윤한홍 의원이 금융위로부터 받은 '상장회사 지배구조법 주요 내용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도입 △자기 주식 소각 의무화 △M&A시 의무 공개 매수제도 도입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안 중 4가지 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견을 표시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상법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향후 상법은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에, 같은 맥락의 상장회사 지배구조법은 국회 정무위에서 각각 논의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된 개정안에는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감사 분리선출 △대기업 집중투표제 활성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등이 담겼다.

금융위는 이중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에 대해서는 "각계의 의견 수렴 중"이라면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시장과 기존 법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므로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집중 투표제 도입에 대해서도 "국제적 정합성과 집중투표제 확대에 따른 경영 효율성 저하 우려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면서 집중 투표제가 미국에서도 3개 주에서만 시행하고 있다는 점, 일본도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정관으로 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상장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담긴 M&A시 소액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들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개정안은 상장사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을 제한하고, 원칙적으로 소각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주식 보상 목적일 때만 기업이 자사주 취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답변에서 "자기 주식을 일률적으로 소각토록 하는 것은 기업의 경영 활동을 과도하게 제약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인적 분할 및 합병시 자기 주식에 신주를 배정하는 제도 개선을 이미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할 경우 잔여 주식에 대해 매수 의무를 부과하는 '의무 공개 매수' 조항에 대해서는 "M&A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개 매수로 취득한 주식을 매도하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고 답했다. 해외에서도 이같이 강도 높은 규제를 시행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불공정 합병, 물적분할 후 상장 등 개인투자자의 이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계속 발생하고 있어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에는 동의하나, 기업의 경영활동을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민주당식 처방에는 동의 불가"라며 "법안심사 시 제기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소람/강현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