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각자도생…글로벌 방산주, 일제히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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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세계 국방비 11% 늘어날 듯글로벌 방위산업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의 방산주는 올 들어 수십%씩 주가가 뛰었다. 국가 간 분쟁이 빈발하고 보호무역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세계 각국의 국방비 지출이 급증한 것이 배경이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면서 이 같은 흐름은 더욱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 5년 대비 증가율 2배 달해
美 RTX 주가 올들어 50% 급등
미쓰비시重·獨 라인메탈도 질주
"국제분쟁 빈발…상승 이어질 것"
○RTX주가 올 들어 50% 급등
미사일, 레이더 등을 생산하는 미국 방산 대장주인 RTX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0.31% 오른 123.75달러에 마감했다. 올 들어 상승률이 49.73%에 달한다. 같은 기간 S&P500지수 상승률(25.51%)의 두 배에 이른다. 하반기에만 23.93% 오르는 등 상승세가 멈출 줄 모른다.이 밖에 군사용 드론 등을 제조하는 크라토스디펜스앤드시큐리티솔루션스(36.67%), 정찰장비 등을 만드는 L3해리스테크놀로지스(26.17%) 등 미국의 다른 방산주도 올 들어 좋은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방산주 강세는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본 방산주인 IHI,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은 올 들어 주가가 각각 233.42%, 184.39%, 111.40% 급등했다. 같은 기간 닛케이225지수가 15.16% 오른 데 그친 것과 대비된다. 유럽에서도 독일 라인메탈(99.58%), 이탈리아 레오나르도(69.67%), 스웨덴 사브(59.45%), 영국 BAE시스템스(21.07%), 프랑스 탈레스그룹(16.83%) 등 올 들어 수십%씩 급등한 방산주가 수두룩했다. 이들 종목은 같은 기간 유로스톡스50지수(4.95%)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
○글로벌 국방비 지출 급증이 원인
각국의 국방비 지출 급증이 글로벌 방산주의 동반 급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11%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톡홀름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가 추산한 세계 2019~2023년 연평균 국방비 증가율(6.2%)의 두 배에 달한다. 전쟁 중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이란 등은 NAT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까지 포함하면 글로벌 국방비 증가율은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방산업체는 이런 흐름의 직접적인 수혜를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LSEG에 따르면 RTX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35억6100만달러에서 올해 99억9900만달러로 180.8%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 영업이익은 올해 대비 10.4% 추가 성장이 예상된다. 미쓰비시중공업의 영업이익은 2025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에 전년 대비 34.7% 늘어나고, 다음 회계연도까지는 14.7% 더 증가할 전망이다. 라인메탈, BAE시스템스 등도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8.7%, 17.6%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의 재집권이 이런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지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은 다른 나라를 도와주기 위한 국방비 지출을 줄이고 싶어할 뿐 미국의 국방비 지출 총액을 줄이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며 “여기에 다른 나라의 자체 국방비 지출까지 더해지면 글로벌 국방비 지출은 전체적으로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제 분쟁이 빈발하면서 주변국이 자극받아 국방비 지출을 점차 늘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공지능(AI) 활용 군사 장비가 수년 내 실전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방산주 상승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