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연 칼럼] 증권거래세에 숨은 불편한 현실

내는 세금 중 83%는 농특세
시대착오적 과세 손볼 때

유병연 논설위원
여야가 내년 시행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하면서 당초 과세를 전제로 내려온 증권거래세율을 되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금투세 도입에 대비해 2021년부터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해 왔다. 지난해 0.23%에서 0.20%로, 올해는 0.18%로 내렸다. 내년에는 0.15%로 한 차례 더 내려간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거래세율 인하가 시작된 2021년 이후 2023년까지 연간 약 7000억~2조2000억원의 세수가 줄어들었다.

금투세 도입을 포기하기로 한 만큼 거래세를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은 일견 일리 있어 보인다.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예정대로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는 입장이지만, 거래세를 기존대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는 야당 일각의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하지만 이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주식거래세에 숨어 있는 농어촌특별세(농특세)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을 팔 때마다 자동으로 부과되는 일종의 유통세다. 현재 유가증권시장 투자자는 매도액의 0.18%를 세금으로 낸다. 이 가운데 거래세는 0.03%포인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0.15%포인트가 농특세다. 투자자들이 주식 관련 거래세로 알고 내는 세금의 대부분이 실상 농특세인 것이다. 100만원어치 주식을 매도할 때 내는 1800원의 세금 중 1500원은 자본시장과 전혀 무관한 농어촌 살리기에 쓰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코스닥시장도 증권거래세는 0.18%로 같지만, 농특세는 없다.

이런 배경에는 시대착오적 과세 정책이 자리 잡고 있다. 농특세는 농어촌 개발과 농·어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목적세로 우루과이라운드 가입의 후속 조치로 1994년 도입됐다. 농산물 시장 개방으로 농·어업 피해 우려가 커지고 반발이 확산하자 정치적 목적에서 탄생한 세목이다. 증권거래세를 비롯해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일정한 비율로 얹어 매긴다. 당시만 해도 주식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일종의 사치세, 부유세 성격이었다. 하지만 현재 주식 투자자는 1500만 명에 이른다. 서민의 재테크 수단이 된 것이다.

주식투자 관련 농특세는 당초 10년 한시로 도입됐다. 원인자 부담 원칙, 재정 지출의 연관성 등 과세 원칙과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비정상적 세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일몰 때마다 연장에, 연장을 거듭해왔다. 농민 표심을 의식한 정치권과 원천징수로 쉽게 걷는 세금을 포기할 수 없다는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렇게 증권거래세에 숨어 있는 농특세는 30년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왔다.주식 투자가 대중화하면서 증권거래세 세액(농특세 포함)은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6조1000억원, 2020년 12조4000억원, 2021년 15조원 등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농특세 수입도 늘고 있다. 2021년 기준 농특세 총세입 8조9000억원 중 약 60%인 5조3401억원이 주식시장에서 걷혔다. 증권거래세는 주식 투자로 손실이 발생해도 과세되기 때문에 불합리하다는 불만이 많다. 더구나 원천징수하는 세금이어서 농특세를 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다.

지금 주식시장에는 곡소리가 가득하다. 코스피지수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2500선이 무너졌다. 주가가 추락하면서 반대매매(강제 일괄 매도)에 몰려 눈물을 머금고 주식을 내다 파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1500만 투자자들은 묻는다. 왜 농업과 무관한 주식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서도 농특세를 물어야 하냐고. 국회와 정부는 거래세를 손 대기에 앞서 이 질문에 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