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상장사 중 8곳, 외국인이 이사회 장악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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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협, 지배구조 규제 보고서더불어민주당이 14일 당론으로 정한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와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국내 10대 상장사(금융사, 공기업 제외) 중 4곳, 30대 상장사 중에선 8곳의 이사회가 ‘외국 기관투자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野 상법개정안 현실화 땐
해외 투기자본 전쟁터로 전락
한국경제인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규제 강화 시 상장사 이사회 구성변화 분석’ 보고서를 이날 공개했다. 한경협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 150곳을 대상으로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을 적용해 분석했다.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기업이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 이사 선임과 다른 절차를 적용하도록 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감사위원을 3명 두도록 하고 있다. 이 중 1인을 선정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분리 선출 인원을 1명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정했다.
한경협은 감사위원 ‘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것과 집중투표제 도입을 가정하고 이사회 변화를 분석했다. 이 경우 외국 자산운용사·사모펀드·국부펀드 등으로 이뤄진 외국 기관 연합이 30대 기업 중 8곳의 이사회 과반을 차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범위를 10대 기업으로 좁히면 네 곳이다. 외국 기관 연합이 이사회에 이사를 1명이라도 진출시킬 수 있는 기업은 10대 기업 전부, 30대 기업 중에선 28개로 조사됐다.
한경협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부 유출과 기업 비용 증가에 따른 경쟁력 하락, 소액주주 피해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분석 대상 기업 중 이사회가 외국 기관 연합에 넘어갈 수 있는 기업의 자산 비중은 전체 상장사의 13.6%인 596조2000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날 경제 8단체는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 당론 채택에 일제히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 8단체는 입장문을 통해 “섣부른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될 것”이라며 “해외 투기자본 먹튀조장법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