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美 배터리 공장 짓고 있는데…"트럼프, 세액공제 폐지 추진" [이상은의 워싱턴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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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韓 배터리사 첨단제조 세액공제도 폐지 추진"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인수팀이 한국 배터리회사들이 주로 받는 첨단제조 세액공제(AMPC·45X)도 실질적으로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워싱턴 정가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 인수팀은 IRA 중 소비자가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 대해 지급하는 7500달러 세액공제는 물론, AMPC도 없애기 위해 관련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미 상원의 한 관계자는 "공화당 측에서 IRA 법안을 폐지(repeal)하는 대신 조정(reconciliation)을 추진하고 있다"며 "IRA 중 45X도 그 대상"이라고 전했다. 한국 기업들이 주로 이 혜택을 받아가기 때문에 굳이 필요하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폐지 대신 조정을 추진하는 것은 폐지의 요건이 훨씬 까다로워 민주당의 동의 없이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미 통과된 법안의 폐지를 위해서는 상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 5일 선거에서 53석을 확보한 공화당으로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다. 공화당 의원 중에서 이탈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대신 조정 형태로 세액공제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법안 조정의 통과 요건은 과반(51명 이상) 찬성만 확보하면 되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다.
완성차 업체가 혜택을 보는 7500달러 세액공제와 달리 AMPC는 청정 에너지 부품의 국내 생산을 장려하기 위한 세액공제다. 태양광·풍력 부품, 인버터, 배터리 부품 등의 생산에 대해 혜택을 주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은 배터리 셀 생산시 kWh 당 35달러, 모듈 생산 시 kWh당 10달러 세액공제를 각각 받고 있다.
각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은 AMPC를 통해 6768억원의 세액공제를 받았다. 삼성SDI는 현재 이 혜택을 바라고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당초 삼성SDI는 인디애나 공장 가동(2025년) 이후 세액공제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트럼프 정부에서 세액공제를 모두 없앤다면 이로 인한 타격을 크게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도 각각 공장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이미 대규모 설비투자를 마쳤거나 투자를 진행 중이어서 인수팀의 이같은 구상이 실제로 현실화되면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하이오(연 35GWh)·테네시(연 35GWh)·미시건(연 5GWh) 등에서 공장을 운영 중이며 애리조나에서 원통형배터리 등 연 53GWh 규모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미시건주 공장도 GM과의 합작 형태로 증설을 준비 중이다. 스텔란티스·혼다·현대차 등과의 합작공장이 모두 완성되면 현재 연 75GWh 규모 생산능력은 200GWh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에서 2개의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이며 테네시주와 켄터키주에도 3개 공장을 추가로 지으려 준비하고 있다. 현재 배터리 생산 능력은 연 88GWh이며 내년 말까지 220GWh 규모로 늘릴 계획을 세워 둔 상태다.
IRA AMPC의 사실상 폐지가 타격을 주는 것은 배터리 업체 뿐만이 아니다. 한화솔루션은 한화큐셀을 통해 조지아주에 2억5000만달러 규모 태양광 패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풍력발전 분야 성장을 기대하고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해 온 국내 기업들도 사업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추진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재개정과 보편관세 적용도 골칫거리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회사 중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후신인 USMCA의 무관세 혜택을 기대하고 멕시코와 캐나다 지역에 투자를 한 곳이 적지 않다. 그러나 보편관세를 적용할 경우 이같은 기대는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다만 공화당 의원 중 최소 3명이 ‘법안 조정’에 동의하지 않으면 과반이 달성되지 않는다. IRA 혜택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 3사 등 관계기업과 한국 정계가 나서 공화당 의원들의 마음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원에서도 지난 여름 18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이 IRA 폐지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발표하는 등 트럼프 인수팀의 희망대로 의회가 움직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