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제품 만드려면 실패를 맛 본 사람들과 어울리세요”


‘아이팟의 아버지’ 토니 퍼델의 멘토링

토니 퍼델 지음
엄성수 옮김/비즈니스북스
544쪽|2만5000원
“위대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맛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입니다.”

애플에서 부사장을 지낸 토니 퍼델(55)은 ‘아이팟의 아버지’라 불린다. 그는 스타트업 제너럴 매직과 대기업인 필립스 등에서 일하다 2001년 애플에 입사했다. 10개월 만에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인 아이팟을 만들었다. 아이폰 개발에도 참여했다. 애플을 나온 뒤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만드는 네스트랩스를 창업했고, 2014년 이 회사를 32억달러에 구글에 팔았다. 지금은 빌드 콜렉티브를 세워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한국에 <빌드 창조의 과정>을 출간한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내 멘토 중 상당수는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내가 그 질문 공세에 시달리는 사람이 됐다”며 “일종의 ‘조언 백과사전’으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빌드>는 여러 기업을 거치며 제품 개발에 헌신한 그의 여정과 미래 기업가를 위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2022년 미국에서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등 호평을 받았다.

퍼델처럼 좋은 멘토를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그래도 괜찮다”며 이렇게 말했다. “공식적인 멘토링을 기다리지 마세요. 주변 누구에게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람이 아니어도 됩니다. 당신보다 몇 년 앞서 있는 사람이면 됩니다. 다른 사람의 실수, 실패한 상품에서도 배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배우려는 열정과 호기심입니다.”

좋은 멘토를 알아보는 그만의 방법도 소개했다. 그는 “좋은 멘토를 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한다”며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는 대신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열려 있고 성공뿐 아니라 실패도 공유합니다.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항상 배우려고 합니다.”
스티브 잡스 역시 그의 멘토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잡스의 뛰어난 비전에만 주목하는데, 지나친 단순화”라고 했다. “잡스는 극도로 책임감 있는 환경을 만들었고, 모든 사람에게 경계를 넓힐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기업 관료주의로부터 개발팀을 보호했고, 실패를 용인해 실패로부터 배울 수 있게 했습니다. 저는 애플에서 사람, 프로세스, 끈기의 중요성을 배웠습니다.”

책에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장이었던 권오현의 이름도 나온다. 퍼델은 “그는 내 멘토”라며 “함께 아이팟과 아이폰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에서 한국 기업들과 일한 시간은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품질에 대한 강한 의지, 소비자 요구에 대한 이해가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 기업들도 애플 못지않게 좋은 제품을 많이 만들었다. 소니의 워크맨이 대표적이다. 한국도 남들보다 앞서 MP3 플레이어를 시장에 선보였다. 왜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보기 어려워진 걸까. 퍼델은 “요즘 기기들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융합되어야 한다”며 “기기들끼리 서로 연결돼야 하고, 생태계 안에서 기능해야 하고,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기업들은 하드웨어에서 여전히 강하지만, 경쟁을 위해서는 이런 포괄적인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위험을 감수하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했다. 책에서 그는 30~40대가 되면 기회의 창문들이 닫히기 시작한다며, 젊었을 때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어떤 일에 모든 것을 쏟아붓고, 눈앞에서 그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보더라도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4년간 나는 제너럴 매직에 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1주일에 90시간, 100시간, 또는 120시간씩 일했다”고 했다. 그는 “사실 그렇게 죽어라 일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은 일이지만, 능력을 입증하고 싶다면, 그리고 가능한 많은 걸 배우고 가능한 많은 걸 하려면 시간을 투자해야 할 필요는 있다”고 했다.

독립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성공 방식을 따르려고만 하는 세태에 대해 그는 “혁신을 위한 길이 아니다”며 우려했다. 그는 “상자 밖에서 생각하고,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를 감수해야 한다”며 “리더들이 젊은 세대에게 영감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질문하고, 다양한 관점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일상생활에서 영감을 찾고, 경험을 쌓으세요. 다르게 행동하려면 다르게 생각해야 합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