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도 배터리 만드나요?" 눈물…'라면 대장주'의 추락 [종목+]

농심 주가 15일 하루 10%대 '급락'
국내외 내수 시장 침체로 '어닝 쇼크' 영향
올해 시총 5000억 증발…삼양식품에 밀려
"내년부터 해외법인 중심 실적 개선 기대"
뉴욕한국문화원 청사 1층에서 한강을 주제로 한 미디어월 배경으로 현지 소비자들이 신라면을 먹고 있다./사진=농심
"농심도 배터리 만드나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 계획 소식에 2차전지주가 폭락한 지난 15일 포털사이트 농심 종목 토론방에 올라온 한 투자자의 글이다. 이날 농심 주가가 '어닝 쇼크'(실적 충격)로 하루에만 10% 가까이 급락하자 그를 비롯한 다수 투자자가 속앓이하며 글을 올렸다.'라면 대장주' 농심의 입지가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시가총액이 5000억원 넘게 증발해 삼양식품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국내외 내수 시장 침체로 제품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외형 성장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증권사들도 농심의 향후 실적 추정치를 낮춰 잡으며 목표주가를 잇달아 내리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농심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3만6000원(9.94%) 내린 32만6000원으로 마감했다. 이날 장중 12.4% 급락해 31만7000원까지 밀리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 6월 13일 59만9000원까지 오르며 신고가를 찍은 후 연일 내리막이다. 이달 15일 종가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수준이다.

농심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5261억원가량 감소했다. 이에 불닭볶음면 수출 호조로 비상하고 있는 삼양식품에 라면 관련주 대장주 자리를 내줬다. 삼양식품 시총은 지난 15일 기준 4조452억원으로 올 들어서만 두 배 넘게 증가했다.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농심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올 하반기 들어 이달 15일까지 농심 주식을 각각 271억원, 130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반면 이 기간 개인만 385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물타기'(손실 축소 목적 추가 매수)를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농심을 사들인 개미들은 평균 약 6%의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올 하반기 평균 매수 단가(34만6622원)와 이달 15일 종가(32만6000원)를 비교한 수치다.

농심의 악화한 실적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다. 농심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와 32% 줄어든 8504억원, 37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이 시장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인 530억원을 크게 밑돌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국내와 중국 내수 시장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라면과 스낵 판매가 모두 부진했다. 이런 와중 판촉·물류·인건비 등 비용은 증가하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현재 농심은 국내, 북미, 중국 모두에서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특히 과거 3년간 성장을 주도했던 북미 시장에서의 성장 둔화가 아쉽다"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은 농심의 목표가를 잇달아 낮춰 잡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5일 농심의 기업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증권사 5곳 중 4곳이 목표가를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이 54만원에서 45만원으로 가장 많이 낮췄고 △교보증권(51만원→46만원) △대신증권(53만원→48만원) △신한투자증권(54만원→50만원) 등도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다만 내년부터는 농심의 해외법인을 중심으로 매출 성장을 기대해봐도 좋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시장 성장 둔화와 경쟁 심화, 판촉비 증가 등에 부진한 이익 흐름이 이어졌다"면서도 "올 4분기부터 미국 중심의 해외법인 성장, 국내 원가·판촉비 효율화, 중장기 관점에서의 유럽·중남미 진출 확대 모멘텀(상승 동력)이 유효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해외 매출 성장 모멘텀이 둔화됐지만, 올 하반기부터 회복되면서 주가가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난달부터 미국 월마트 내 메인 매대에 입점했고, 2공장 내 신규 증설 라인 추가 가동을 통해 브랜드 라인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