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있으면 국적 안 가려"…외국인 CEO 바람 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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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파격 인사에 경제계 술렁현대자동차의 파격적인 사장단 인사에 경제계가 술렁이고 있다. 4대 그룹 중 ‘경영 상황이 가장 안정적’이란 평가를 듣는 현대차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 임명, 성과주의에 기반한 신상필벌 등을 통해 조직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어서다.다음주부터 12월 초까지 각각 사장단 인사를 단행할 예정인 삼성, SK, LG도 인사를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별로 처한 환경과 경영 상황은 다르지만, 조직 분위기를 쇄신하고 트럼프 2.0 시대에 대비해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건 공통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고 동시에 고위급 외부 인재를 과감하게 중용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 불확실성 커지자
출신 안 따지는 문화 확산될 듯
정책 대응 위한 인재 영입도 지속
삼성·SK·LG 사장단 인사 관심
○외국인 CEO 영입 확산 전망
15일 현대차의 사장단 인사가 공개된 이후 경제계에선 ‘파격’이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현대차그룹 안팎에서 “위기감을 갖고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할 때”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역대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안정 속 혁신’에 방점이 찍힐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기 때문이다.이번 인사에 대해선 ‘성과주의’ ‘신상필벌’로 대표되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인사 원칙과 용인술이 발휘된 것이란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호세 무뇨스 사장의 CEO 임명은 재계에 적잖은 충격파를 던졌다. 삼성 출신 장재훈 신임 부회장이 실력 하나로 그룹의 2인자에 오른 것도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
이번 현대차의 인사는 삼성, SK, LG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CEO 임명에 대한 금기가 깨진 만큼 추가 사례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은 각각의 주력 사업을 발판으로 전 세계에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을 갖게 됐다. 외국인 임직원이 늘고 외국계 기업 출신 한국인의 CEO 임명, 명망 있는 외국인을 사외이사로 초빙하는 일은 많지만 그룹의 주력 계열사 CEO 자리를 외국인에 내준 적은 이번 무뇨스 사장 사례가 처음이다. 해외 투자자들의 평가가 박했던 것도 외형은 글로벌 기업으로 바뀌었지만, 내부에선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과 한국인 중심 순혈주의가 살아 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많았다.하지만 앞으론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도체(삼성), 석유화학(LG), 배터리(SK) 등 주력·역점 사업에서 위기가 닥친 만큼 새로운 분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유능한 외국인 중용에 대한 수요가 충분해서다.
○신상필벌, 성과주의 확산
엄격한 신상필벌과 출신을 따지지 않는 문화도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2.0 시대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할 필요성이 커서다. 트럼프 정책에 대응하기 위한 외부 인재 영입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이런 트렌드는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인사에서 구현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LG는 오는 20~21일께 계열사별로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다. 구광모 LG 회장이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힘을 쏟고 있는 만큼 이를 뒷받침할 인사의 중용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삼성은 이르면 11월 말, SK는 12월 초 사장단 인사를 한다. 삼성은 반도체(DS)부문 사장단 진용의 큰 변화가 유력한 가운데 세트(DX)부문에서도 일부 변화가 예상된다. SK는 올초부터 고강도 리밸런싱을 통해 수시 인사를 진행한 만큼 연말에는 ‘안정 속 혁신’을 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황정수/김우섭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