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끊었다고?" 갑자기 돌변한 中…하루 만에 가격 '껑충' [원자재 이슈탐구]

중국 정부, 돌연 알루미늄과 구리 등 세금 환급 폐지
사실상 보조금 축소…서방 기업들 반사이익 기대
작업중인 중국알루미늄공사 직원 / 사진=중국알루미늄공사 제공
하락하던 알루미늄 가격이 하루 만에 5% 이상 급등했다. 중국 정부가 수십년간 알루미늄 산업 보호를 위해 유지했던 세금 환급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최근까지 알루미늄 가격은 약세였다. 중국 정부 부양책 규모와 범위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승리로 인한 달러 강세 영향이다.

중국은 글로벌 알루미늄 생산량의 약 60%를 차지하는 최대 알루미늄 생산국이다. 맥주 캔에서 자동차 등 폭넓게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중국의 과잉 공급이 계속돼 이를 놓고 미국·유럽 등과 무역 분쟁이 잦았다. 중국 정부의 세금 환급은 지난해까지 10년간 400% 증가했으며 이는 사실상 기업에 대한 보조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이 미국 및 유럽 수출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 갑작스러운 보조금 중단

지난 15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알루미늄 현물은 톤(t)당 2641달러로 전날 2504달러보다 5.5%나 올랐다. 알루미늄 선물의 경우 8.5%까지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갑작스러운 세제 혜택 종료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중국 재무부는 알루미늄과 구리 등에 대한 최대 13%의 세금 환급을 폐지하기로 했다. 정제유, 태양광, 배터리 및 비금속 광물 제품에 대한 세금 환급도 축소됐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상하이 금속 시장의 애널리스트들은 12월부터 시행되는 중국 정부의 조치로 단기적으로 중국의 알루미늄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중국 국책 연구기관인 안타이크정보개발에 따르면 중국의 반제품 알루미늄 수출량은 2023년에 520만t으로 증가했다. 전 세계 알루미늄 시장의 약 7%에 해당하는 양이다. 알루미늄 업계에선 글로벌 알루미늄 1위 기업 치날코(Chinalco·중국알루미늄공사) 등 중국 기업들의 제품 가격이 인상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모건스탠리의 에이미 고워 전략가는 "세계 최대 생산국인 중국의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국제 알루미늄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알코아 등 주가 급등

이날 중국에서 나온 소식에 미국 알코아 주가는 6.82% 오른 44.0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센추리 알루미늄도 7.1% 급등했다. 중국 정부의 세제 혜택 폐지와 미국의 잠재적 관세 인상으로 중국의 알루미늄 수출이 위축되고 미국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미국 알루미늄 기업 알코아의 브라질 상루이스 알루마 제련소 / 사진=Alcoa제공
중국 알루미늄 기업들을 겨냥한 미국의 공세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 시민단체 휴먼라이트워치는 2010년 이후 중국 북서부 신장 위구르족 자치구의 알루미늄 생산량이 6배나 늘어난 것을 지목하며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글로벌 알루미늄 공급량의 약 10%가 신장에서 생산된다. 휴먼라이츠워치의 짐 웜링턴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노동력 전체가 국가에 의한 강압과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배치됐다"며 지적했다.

지난 10년 동안 신장에서 100만 명이 넘는 위구르족과 다른 소수민족 무슬림들이 수용소에 구금되거나 강제 노역에 동원됐다. 이들이 저가의 제품을 공급한 탓에 미국의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4곳을 제외한 알루미늄 제련소가 대부분 폐쇄됐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GM과 테슬라 등 자국 기업은 물론 폭스바겐과 도요타, BYD 등이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알루미늄을 사용하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