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임 "연구소 혁신기술 사업화에 장관직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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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정책 브리핑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기술 사업화에 장관직을 걸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과학기술·디지털 분야 성과 및 향후 추진 계획’ 발표 브리핑에서 “혁신 기술이 나와도 사업화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부 출연硏에 5조 예산 쓰지만
성과를 내는 것은 2000억 수준
성공하면 보상하는 시스템 구축
선진국과 경쟁하는 R&D 늘릴 것"
기술 사업화는 연구소에서 만든 기술이 상용화돼 실제 사업까지 이어지는 것을 뜻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1990년대 개발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이 상용화돼 2세대(2G) 이동통신으로 이어진 사례가 대표적이다.하지만 최근엔 대다수 기술이 연구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 장관은 입각 이전 학교의 경험을 소개하며 한국은 기술이 만들어져도 사업화까지 이뤄지는 생태계가 건강한 편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년에 정부출연연구기관에 5조원 예산이 들어가면 성과를 내는 건 2000억원으로 사업화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바닥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유 장관은 사업화가 잘 안되는 가장 큰 이유로 ‘실행 주체 부재’를 꼽았다. 그는 “기술 사업화에 들이는 노력의 정당한 대가를 줄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며 “이런 시스템이 제대로 구성되면 굉장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 장관은 ‘추격형’ 중심의 연구개발(R&D)을 선진국과 같은 ‘선도형’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국가 R&D는 20~30%가 선도형이었고 나머지는 선진국을 쫓아가는 추격형이었다”며 “AI가 대두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선진국과 경쟁하는 선도형 R&D를 늘려야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미국의 정권 교체로 자국 중심주의가 강화되면 정부가 추진 중인 글로벌 R&D에 차질이 생길 수 있느냐’는 질문에 유 장관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가급적 빨리 미국 정부 책임자들과 만나 소통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글로벌 R&D를 통해) 새로운 기술을 도출해내면 연구 협약에 의해 지식재산을 공동 소유하게 된다”며 “상대 국가에서 무엇을 배워오는 게 아니라 한국 기술을 인정받아 연구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내 발표할 알뜰폰 대책도 언급했다. 유 장관은 “알뜰폰 확산과 단말기유통법 폐지 등은 모두 통신료 절감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라며 “통신사 중심 시장 구조를 어떻게 재편해 알뜰폰을 활성화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주요 성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첨단 바이오, 양자 등 ‘3대 게임체인저’를 통한 선도국 도약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을 비롯해 출연연 역할 재정립, 선도형 R&D 시스템 체질 개선, AI·디지털 경쟁력 제고 등을 꼽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