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테마' 하드웨어서 소프트웨어로 이동

시장 상승 이끌었던
AI 반도체 주가 둔화
"트럼프 칩스법 무력화로
반도체 시장 위축될 것"

디지털 광고사 앱러빈
AI 방산 팰런티어 급등
인공지능(AI) 업종을 향한 투자자 관심이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주가 상승을 이끈 AI 반도체 종목의 상승폭은 둔화했지만, AI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소프트웨어 기업 주가는 날아올랐다.
17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 광고업체 앱러빈은 최근 한 달간 100.9% 상승했다. 최근 6개월간 주가 상승폭은 249.7%에 달했다. 앱러빈은 AI를 활용해 광고 대상을 정확히 추려내는 방식으로 온라인 광고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AI 기반 방산기업인 팰런티어는 최근 한 달간 56.8% 올랐다. 두 기업 모두 AI로 제품 효율성을 개선해 수익을 내는 AI 소프트웨어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그간 주식시장 상승을 이끈 AI 반도체 관련 업종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AI 반도체 칩 대표 종목인 엔비디아는 한 달 동안 4.6% 올랐고, 반도체 생산을 담당하는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는 같은 기간 주가가 제자리 걸음을 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강세였던 AI 하드웨어에서 AI 소프트웨어로 시장의 힘이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위축될 것이란 전망도 반도체 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외신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을 무력화하고 10~20%가량의 관세를 모든 국가에 부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존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혼란이 가중될 것이란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빅테크가 선제적으로 AI 분야에 투자해 반도체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주가엔 부담이다.

AI 소프트웨어를 주목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이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대 초반과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시 스마트폰이 산업 생태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서 모바일 칩을 생산하는 퀄컴과 ARM,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애플과 삼성전자 주가가 먼저 반응했다. 뒤이어 구글과 아마존 등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소프트웨어 기업이 주가 상승 바통을 이어받았다.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와 결합한 소프트웨어가 시장에서 주목받을 것”이라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AI 소프트웨어 기업에 집중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