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싸움·성추문…벌써부터 삐걱거리는 '트럼프 2기'

파격 발탁에 논란 증폭

재무장관 후보 놓고 '지지 경쟁'
국방·법무 지명자 성비위 잡음에
에너지부는 기후위기 부정 인물

도덕성 논란에 상원 인준 '험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격’ 인사들로 2기 행정부를 빠르게 채워가는 가운데 주요 지명자에 관해 경력 자질 및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무장관 인선을 두고 트럼프 당선인의 재집권을 이끈 일등 공신들이 공개적 파벌 싸움까지 벌여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각종 논란에도 인선에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재무장관 인선에 ‘파벌 싸움’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의 2기 행정부 첫 재무장관 지명을 앞두고 일등 공신들이 SNS에서 잇달아 별도의 지지 발언에 나서 경쟁 구도를 보였다.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러트닉 CEO는 트럼프 정권 인수팀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머스크 CEO는 이날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러트닉 CEO를 두고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 장관에 지명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비트코인은 ‘자유의 화폐’”라고 평가한 뒤 “비트코인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는 러트닉 CEO”라며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하지만 헤지펀드 키스퀘어그룹 창업자인 스콧 베센트도 러트닉 CEO와 함께 재무장관 하마평에 올라 있다. 머스크 CEO는 그를 두고선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라며 “이는 미국을 파산하게 만들고 있어 어느 쪽으로든 변화가 필요하다”고 깎아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재무장관 후보를 놓고 마러라고에서 복잡한 내분이 있었다”며 “러트닉 CEO가 후보에서 밀려나는 분위기가 조성되자 머스크 CEO와 케네디 주니어가 공개적으로 입장을 피력한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재무장관은 감세, 연방정부 예산 감축 등 주요 공약 사항을 이행하는 데 핵심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자리다. 예산 감축과 관련해 머스크 CEO의 주요 파트너가 될 수 있다.

국방·법무장관 지명자는 ‘성비위 공방’

특히 국방부와 법무부 장관 지명자의 성비위 의혹을 둘러싸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피터 헤그세스 폭스뉴스 진행자가 과거 성폭력 의혹으로 조사받고, 비공개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지명자의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도 재점화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헤그세스가 2017년 성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트럼프 당선인 측근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지명자 검증 과정에서 성폭력 신고와 경찰 조사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헤그세스는 국방장관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 여론에 도덕성 논란까지 제기되며 상원 인준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여전히 신뢰감을 보이고 있다. 스티븐 청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는 “헤그세스는 자신에 대한 모든 의혹을 일축하고 있고, 실제 기소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의회 권한 축소하려는 트럼프

트럼프 당선인이 의회와 정부 권한을 축소하는 조치를 통해 백악관에 권력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요직에 자신의 결정에 반기를 들지 않을 ‘충성파’를 채우고, 백악관 권한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WSJ는 트럼프 당선인이 연방 기관의 권력 구조를 실질적으로 재편해 백악관 힘을 키우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상원의 내각 인준 권한과 의회 예산 편성 권한을 손질하겠다고 공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선 상원의 인사 검증 과정을 우회해 내각을 구성하는 ‘휴회 임명’ 카드를 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논란 인사들의 내각 합류가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다. 애덤 젠틀슨 민주당 전략가는 “트럼프 당선인이 전례 없는 수준의 통제력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만큼 트럼프 당선인의 권력 집중 시도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에너지부 장관에 크리스 라이트 리버티에너지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지명했다. 라이트는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인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화석연료 확대 구상을 뒷받침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라이트를 에너지부 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원자력, 태양광, 지열, 석유·가스산업에서 일해온 그는 미국 셰일 혁명을 추동한 개척자 중 한 명”이라며 “에너지부 장관으로서 관료주의를 혁파하고 혁신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트는 1992년 셰일가스 개발·생산 기업 피너클테크놀로지를 설립해 2006년까지 CEO를 지냈다. 이후 2011년 리버티에너지를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라이트는 폭스뉴스에 자주 출연하고 석유와 가스 개발을 옹호하면서 기후변화에 회의적인 견해를 자주 피력해 트럼프 당선인 눈에 띄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