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에도 출연했던 '러시아 발레 천재' 블라디미르 사망… 향년 39세 [부고]

향년 39세, 사고사 추정
세계 각지 누볐던 발레 천재
2019년에 유니버설발레단 서 몽룡 연기
ⓒ마린스키극장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소재 마린스키극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수석무용수인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39세 일기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985년 레닌그라드 태생인 그는 2003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세계적 명성의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

고인은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지젤> <스파르타쿠스> 등 유명 작품에서 명성을 떨쳤고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가 된다. 지난 20년간 프로무용수로 활약하면서, 어느 발레단이나 함께 공연하고 싶은 발레리노로 거듭났다. 영국 로열발레단과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서 객원 주역 무용수로서 활약했다. 2019년은 방한해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창작발레 <춘향> 무대에 섰다.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춘향을 맡았고 그는 이몽룡을 맡아 '푸른 눈의 도련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유니버설발레단
마린스키발레단에 게시된 수석무용수 소개 글에는 그에 대한 평단의 찬사가 함께 올려져있다. 무용 전문지 '댄스 탭'은 그는 무엇이든 다 잘하는 무용수(He is good at everything)이라고 첫머리에 썼다. 높은 점프, 빠르고 빈틈 없는 회전, 정갈한 발동작 등 최고의 테크닉은 물론 조화로운 외모와 기분 좋은 이미지까지 갖춘 최고의 발레리노라고 설명했다.

출중한 연기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댄스 탭은 <지젤>에서 시골 처녀 지젤을 희롱하다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뒤 회한에 잠기는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를 매우 설득력있게 연기했다고 썼다. 궁정 생활로 인한 염증, 시골의 삶을 경험하며 느끼는 자유로움과 기쁨을 매우 대조적으로 잘 표현해 냈다는 것이다.
ⓒ마린스키극장
고인의 사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사고사인 것으로 현지 언론은 가닥을 잡고 있다. 러시아 관영 RIA통신은 당국이 쉬클리야로프의 사망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며 일단은 사고에 의한 사망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고 소식이 전해지자 아메리카발레시어터는 곧바로 애도의 성명을 발표했다.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메이 나가히사는 개인의 SNS를 통해 "할말이 없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짤막한 글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했다.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도 개인 SNS에 마린스키극장에서 쉬클리야로프와 공연했던 <라 바야데르>의 추억을 상기하며 그의 명복을 빌었다. 이밖에도 수많은 발레단과 무용수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의 안식을 기도했다. 가족으로는 마린스키발레단 동료 무용수 아내와 1남 1녀가 있다.

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