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조 투입한다는데 삼성전자 오를까"…전문가 의견은

"단기 반등 재료…추세 상승은 어려워
업황 회복·실적 개선이 중장기 주가 좌우"
사진=뉴스1
삼성전자가 10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이란 특단의 조치를 취한 가운데 증권가가 주가의 단기 반등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다만 업황 회복과 실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 한 추세적 상승으로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뒤따랐다.

삼성전자는 18일부터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우선 이날부터 3개월간 3조원 규모 자사주를 장내 매수해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5014만4628주, 우선주 691만2036주 규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와 관련 "지난 8일 이후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닷새 연속 밑돈 뒤 단행된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결정은 2015년(11조3000억원)과 2017년(9조3000억원) 이후 세 번째"라며 "201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순자산비율(PBR) 추이를 감안하면 (삼성전자 자사주 매입 후) 주가는 단기 상승세를 시현하며 반등 계기로 분명히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10조원 자사주 매입 결정도 주주가치를 높이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의 일환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단기 주가 반등 재료로는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자사주 매입 공시는 투자자들에게 주가 5만원의 하방 지지선을 각인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2015년이나 2017년의 특별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보다는, 2014년의 주가 안정을 위한 자사주 매입 결정과 유사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인 주가 상승은 주주환원책보다는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에 달려 있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믿음도 회복될 것"이라며 "이번 정책은 성장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정책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다만 단기 반등 재료 이상의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간 비슷한 유의 이벤트 이후 주가는 단기 반등을 소화했지만, 결국 중장기 주가의 상승폭을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인은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실적 개선 여부'였다는 것이다.김동원 연구원은 "중장기 관점의 주가 상승 모멘텀은 내년 (6세대 HBM인) HBM4 주도권 확보를 통한 시장 조기 진입과 DDR4, DDR5 등 범용 메모리 재고의 뚜렷한 감소세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볼 때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소각 결정은 일정 수준의 하방 경직성을 확보하는 데는 도움이 됐다"며 "하지만 자사주 매입보다는 결국 실적이 주가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향후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위해선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업황 개선, HBM 부문의 개선, 어드밴스드 공정으로의 빠른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가 단기 상승도 보장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입에 따른 주가 반응은 당장 폭발적이라기보다는 서서히 불확실성을 제거해 나가면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지난 15일 주가가 7%대 반등했단 점과 과거 대비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지 않다는 점, 자사주 프로그램이 향후 상시 운영 가능한지 등 호재로 받아들이기에는 모호한 지점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