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 자동차산업 3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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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TRA가 본 해외시장 트렌드오랜만에 우즈베키스탄에 오면 다들 깜짝깜짝 놀란다. 우즈벡에 자동차가 엄청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자동차들이 너무 많아 모델의 다양함에 한 번 더 놀란다. 1~2년 전만 해도 대우자동차의 후속 쉐보레 모델이 대부분이었으니 외제차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현재 타슈켄트 거리는 생경할 수밖에 없다.
우즈벡 거리 차량 부쩍 늘어나
러시아 제재로 생산 '풍선효과'
부품 현지 조달 수요도 증가
중국산 전기차 시장 급속 장악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자동차산업이 급변하고 있다. 러-우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와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산업지도가 변하기도 했고, 이를 기회로 우즈벡과 카자흐 등이 자국 자동차산업을 역점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즈벡 현지에서 감지되는 중앙아 자동차산업의 트렌드는 크게 생산확대, 공정심화, 중국침투 3가지다.생산확대는 대러제재가 가져온 풍선효과라 할 수 있다. 대러제재 장기화로 유럽, 한국 등 자동차 제조사가 러시아에서 이탈하고, 러시아 내 생산이 감소하면서 기존 러시아산 자동차 수요에 대응하고자 중앙아 자동차 생산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우즈벡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UzAuto는 지난해 약 40만대를 생산해 러시아의 Avtovaz를 제치고 CIS 최대 자동차 생산기업으로 올라섰다. 올해에는 신규 제조사의 등장으로 중앙아 자동차 생산은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3월에는 우즈벡 ADM사가 기아차 조립공장을, 6월에는 중국 BYD사가 우즈벡에 조립공장을 완공했다. 그리고 기아자동차는 카자흐스탄 코스타나이 지역에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에 집중되어 있던 CIS 자동차 생산 거점이 중앙아로 조금씩 이동하는 모양세다.
또 하나의 큰 트렌드는 공정 심화다. 과거 중앙아 자동차 제조는 대우자동차의 후신인 UzAuto를 제외하고는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한 단순조립(SKD) 형태였다. 인기있는 모델을 분해해 들여와 단순 용접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대량생산체제를 도입해 완전해체조립(CKD)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기아차 CKD 공장을 완공한 ADM도 대형노드공법을 도입해 기아의 소넷(Sonet) 모델을 연간 10만대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CKD로 공정이 심화되면서 현지 자동차 부품 조달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ADM는 CKD 공장 인근에 자동차 부품 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다수의 해외 자동차 부품 제조사를 유치하고 있다.
가장 피부에 와닿는 트렌드는 중국 침투다. 1년 새 타슈켄트 거리에 중국의 전기자동차가 급증했다. 우즈벡 정부가 전기차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했고, 중국산이 저렴하다보니 우즈벡 사람들이 너도나도 한 대씩 들여왔다. 우즈벡의 중국산 자동차 수입은 2022년 3억달러에서 2023년 16억8000만 달러로 약 5배 증가했다. 최대 자동차 수입국의 자리도 한국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 중국은 중앙아 국가의 자동차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CIS 등 인근국 수출까지 겨냥해 중앙아 현지에 전기차 생산 거점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최근 BYD는 UzAuto와 합작해 우즈벡 최초의 하이브리드카 조립공장을 완공했으며, 생산 규모가 5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중앙아 자동차 산업의 변화는 우리에게 그야말로 위협이자 기회이다. 중국산의 급증은 큰 위협일 수 있겠지만, 생산이 확대되고, 공정이 심화되고 있는 변화는 우리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증가하고 있는 현지 자동차부품 수요에 맞춰 현지생산, 기술협력 등 다양한 방식의 협력을 제안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6년 대우자동차의 우즈벡 진출의 경험과 약 30년 동안 쌓아 온 신뢰의 협력 관계가 있다. 이를 기반으로 중앙아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잘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