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으로 가득찬 고통 속, 서글픈 광대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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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강성곤의 아리아 아모레입신양명 立身揚名. 사회적으로 성공해 세상에 이름을 드날리는 것을 말한다. 특히나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이 그 대상이면 감동은 더하는 법. 오페라 애호가에겐 불세출 테너 카루소가 그 주인공이다.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1873~1921). 이탈리아 남부 나폴리 태생. 7남매 중 셋째. 21남매 중 18번째라는 설도 있었으나 나중에 드라마틱한 과장으로 밝혀졌다.
루제로 레온카발로의 오페라 中
'의상을 입어라'
전세계서 가장 많이 팔린 이탈리안 팝
불세출 테너 엔리코 카루소 이야기 담아
“인생의 모든 드라마에서
인간은 화장(化粧)하고 표정에 변화를 짓는다네.
그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카루소와 가장 알맞은 배역의 공연,
'광대'란 뜻의 오페라
생각나게 하는 노래의 한 대목
그러나 카루소 신화를 일으키게 된 결정적 계기는 독일 음반 회사 그라모폰(Grammophon)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다. 카루소 전에도 명 테너들이 있었겠으나 우리는 그 목소리와 연주를 원천적으로 들을 수 없지 않은가. 1887년 독일 하노버 태생의 인쇄업자 에밀 베를리너(Emil Berliner, 1851~1929)가 녹음과 재생이 가능한 축음기와 150회전 음반을 발명했는데 공교롭게 카루소가 그 첫 수혜자가 된 것. 시대가 인물을 탄생시켰다고나 할까.
유독 눈에 띄는 한 대목이 있다. “인생의 모든 드라마에서 인간은 화장(化粧)하고 표정에 변화를 짓는다네. 그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지.” 루제로 레온카발로(Ruggero Leoncavallo, 1857~1919, 伊)의 오페라 <팔리아치(Pagliacci/광대)>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17년간 총 863번이나 메트 무대에 섰던 카루소가 가장 배역과 일치된 공연으로 <팔리아치>가 꼽히기 때문이며 달라는 바로 이 부분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연기할 시간이다! / 내가 광기에 취하는 동안에 /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하게 될지 모른다네 / 그러나 힘을 내야 한다 / 네가 인간이야? 너는 광대일 뿐! / 의상을 입어라! 얼굴에 분칠을 하자꾸나 / 관객들은 웃기 위해 여기 왔어 / 웃어라, 광대여. 그래야 박수를 받지 / 고통과 슬픔을 농담으로 바꾸려무나 / 아! 웃으려무나 광대여, 너의 깨어진 사랑을 뒤로하고 / 웃어라, 웃어라! 독으로 가득찬 마음의 고통 속에서도
사랑하는 아내 네다(Nedda)의 불륜을 듣고 마음이 찢어져도 아무렇지도 않게, 아니 웃음을 머금고 무대에 서야 하는 광대의 운명을 노래한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의 가사다. 노래 초반, 자조에 찬 서글픈 웃음소리가 들어있는 이 독특한 아리아는 가히 카루소의 시그니처다.
[루치오 달라 & 루치아노 파바로티 - 카루소(Caruso)]
[엔리코 카루소(Enrico Caruso) - 오페라 <팔리아치> 中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
[루치아노 파바로티 - 오페라 <팔리아치> 中 ‘의상을 입어라(Vesti la Giubba)’]
강성곤 음악 칼럼니스트⸱전 KBS아나운서
※ 명곡 '카루소'의 탄생 및 감상을 돕기 위한 참고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