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달린 소'가 나타났다"는 말조차 믿어버리는 인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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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페레스프로젝트
홍콩 작가 Mak2 개인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
2025년 2월 15일까지
![](https://img.hankyung.com/photo/202411/01.38691487.1.jpg)
전시장 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TV 화면엔 속보 뉴스가 송출된다. 영상 속 쉴새없이 떠드는 앵커가 내뱉는 말은 인간의 상식을 벗어난다. '소에 와이파이가 달렸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뉴스 화면을 보는 사람들은 순간 '이 뉴스가 진짜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이렇듯 터무니없을 정도의 상식 밖 이야기에도 사람들은 쉽게 흔들리고, 속아넘어간다. 이 뉴스 영상은 당연히 가짜다. 앵커도, 뉴스 속 소들도, 기자도 전부 인공지능(AI)가 만들었다.서울 종로구 삼청동 페레스프로젝트에서 '가짜 뉴스' 실험을 펼친 작가는 홍콩에서 온 1989년생 'MZ 작가' Mak2다. 자신의 한국 첫 개인전 제목도 '와이파이가 내장된 소'로 지었다. 인간들이 얼마나 뉴스와 거짓에 우스울만큼 취약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Mak2, Cows with Built-In Wi-Fi, 2024.](https://img.hankyung.com/photo/202411/01.38682049.1.jpg)
그는 작가이지만 회화를 그리지 않는다. 아이디어와 화면 이미지만 만든 뒤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을 찾아 그림을 맡긴다. 3분할 그림을 3명의 작가가 그리는 셈이다. 당연하게도 Mak2는 작가들과 실제 만난 적도, 함께 일한 적도 없다. '무작위의 확률'에 작품의 완성도를 맡기는 셈이다.
Mak2는 심즈에서 만들어진 인공 세상의 스크린샷을 찍어 이미지로 만든다. 그리곤 같은 크기의 3개 화면으로 나눈 뒤 3명의 작가들에게 한 면씩 전달한다. 해당 이미지를 그림으로 그려주길 의뢰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Mak2가 하는 것은 '기다림'이다. 각 작가가 자신이 맡은 화면을 회화로 완성해서 줄 때까지 끝없이 기다린다. 그림이 도착하면 Mak2는 3개의 화면을 합쳐 한 작품으로 탄생시킨다. 연결 부분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 각 화면마다 모두 다른 표현과 색감, 질감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작업 방식이다.
익살스러운 작품들에는 유머와 개그를 중요시 생각하는 그의 평소 성격이 담겼다. Mak2는 개그를 사랑한 나머지 직접 코미디언이 되기 위해 개그 콘테스트에 참가하는 엉뚱한 작가다. 2022년엔 홍콩 국제 웃음 축제에서 2등에 오르기도 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