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냐 형사처벌이냐…건설공사 발주자와 도급인을 가르는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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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지난 14일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발주자’의 의미와 관련하여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사건의 내용은 2020년 6월 인천항 갑문 정기보수공사 현장에서 A공사의 관계수급인 회사 소속 근로자가 18m 아래 갑문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는데, A공사 및 A공사의 대표이사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산업안전보건법은 2019년 1월 15일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2020년 1. 16. 시행)되기 이전까지는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 공사 전부를 도급주는 사업주 중 그 사업주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도급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위 전부 개정을 통해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라고 정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도급인에 해당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 포함)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 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그러면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러한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예외로서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그에 따라 도급인에 해당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제169조 제1호),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었다(제167조 제1항). 그러나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의 건설공사발주자로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가 부과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뿐이지(제175조 제4항 제3호)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는 부담하지 않게 되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위 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이었는데, 당연히 수급업체에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도급준 A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제1심(인천지방법원 2023. 6. 7. 선고 2022고단1878 판결)은 기존에 선고된 울산지방법원 2022. 9. 1. 선고 2021노1261 판결에서 제시된 것과 유사하게,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즉, ①건설공사 및 사업의 성격(해당 건설공사가 도급인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공사인지, 해당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도급인의 사업 일부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지), ②도급인의 위험 대처 가능성(도급인만이 위험에 대한 총체적인 대처가 가능하거나 안전관리 제반 필요사항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지), ③수급업체의 규모(수급업체가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인력, 전문성, 기술 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④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건설공사에 대하여 도급인이 구체적으로 지시· 감독하는 요소가 있는지, 도급인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지 않으면 대상 건설공사가 완전히 이행될 수 없는 구조인지) 등을 기준으로, 제1심은 A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서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A공사의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①갑문 정기보수공사가 A공사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사업이고, A공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②A공사는 갑문 보수공사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발생시 처리할 부서로 재난안전실을 운영하고 있고, ③인력, 자산규모, 시설규모 등에서 A공사가 수급업체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며, ④A공사 내에서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련한 업무보고가 월간이나 주간으로 정기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위험 작업의 경우 수급업체가 A공사의 승인을 받아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는 등이 그 판단 근거였다.
그러나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2261 판결)에서는 제1심과 달리 A공사 및 그 대표이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별개로 산업재해예방 등을 위한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과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공사를 도급한 자가 공사의 안전관리에 덜 관여할수록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지위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되므로, 건설공사발주자가 산업재해예방 등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였다는 사정을 두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는 근거로 삼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A공사는 일상적인 갑문 관리업무만 수행하였을 뿐 갑문 보수공사를 시공할 전문성은 없었고, 수급업체는 규모는 작지만 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마치고 갑문 보수공사를 수급받아 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등의 이유로 제1심 판결이 파기된 것이다. 이와 같이 제1심과 항소심에서 결론이 정반대로 나옴에 따라 실무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14일 A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위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 해당 여부는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심이라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면서, ①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및 시공능력, ②수급업체의 규모와 시공능력, ③회사의 구체적인 작업 관련 조치·감독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각 항목별로 ①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 및 관리는 A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로, A공사는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였으며,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기도 하였고, A공사가 갑문 유지보수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철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산하에 갑문 운영·관리 및 갑문시설물 유지보수를 주 업무로 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었던 점, ②A공사는 자본금 5조 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수급인은 자본금 10억 원, 상시근로자수 약 1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라는 점, ③A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는 사고 이전부터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되어 있었고, A공사의 현장감독관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쯤 이미 현장에 H빔 내리는 작업에 사용된 윈치 프레임이 놓여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 동안의 혼란이 일응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장 내 모든 건설공사 도급에 대해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여전히 사업장 내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의 부담을 지지 않는다.
다만, (1)국내 공항, 항만, 도로(교량), 철도, 발전소 등 공공의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의 운영주체는 대부분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서 고도의 전문 기술을 갖추고 해당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은 설립근거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유지·보수를 위한 건설공사 하도급에 있어서는 도급인의 전문성 및 시공능력을 고려할 때 유해·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를 하고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에너지, 정유, 통신 등 기간산업을 영위하거나 자체적인 유지·보수 업무가 수반되는 대규모 시설 또는 설비 운영이 불가피한 사업주 역시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 다음,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주의 경우 도급인의 지위에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겠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이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도급인의 의무 이행과 관련하여서도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 위 전부 개정을 통해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라고 정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도급인에 해당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 포함)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 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그러면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이러한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예외로서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였다.
그에 따라 도급인에 해당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의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고, 위반할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제169조 제1호),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었다(제167조 제1항). 그러나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할 경우 산업안전보건법 제67조의 건설공사발주자로서의 산업재해 예방조치의무가 부과되고, 위반할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뿐이지(제175조 제4항 제3호) 도급인으로서 관계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는 부담하지 않게 되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위 사고가 발생하였던 것이었는데, 당연히 수급업체에 갑문 정기보수공사를 도급준 A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다.
제1심(인천지방법원 2023. 6. 7. 선고 2022고단1878 판결)은 기존에 선고된 울산지방법원 2022. 9. 1. 선고 2021노1261 판결에서 제시된 것과 유사하게, 아래와 같은 기준으로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해 판단하였다. 즉, ①건설공사 및 사업의 성격(해당 건설공사가 도급인 사업의 본질적이고 필수적인 업무 수행에 반드시 필요한 공사인지, 해당 건설공사의 목적물이 도급인의 사업 일부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는지), ②도급인의 위험 대처 가능성(도급인만이 위험에 대한 총체적인 대처가 가능하거나 안전관리 제반 필요사항에 대한 접근이 가능한지), ③수급업체의 규모(수급업체가 안전 및 보건 조치를 이행할 수 있는 인력, 전문성, 기술 등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④작업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건설공사에 대하여 도급인이 구체적으로 지시· 감독하는 요소가 있는지, 도급인이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하지 않으면 대상 건설공사가 완전히 이행될 수 없는 구조인지) 등을 기준으로, 제1심은 A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니라 도급인으로서 수급인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고, A공사의 대표이사에 대해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하였다. ①갑문 정기보수공사가 A공사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사업이고, A공사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사고가 발생하였으며, ②A공사는 갑문 보수공사 및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를 예방하고 재해발생시 처리할 부서로 재난안전실을 운영하고 있고, ③인력, 자산규모, 시설규모 등에서 A공사가 수급업체에 비해 월등히 우월하며, ④A공사 내에서 갑문 정기보수공사에 관련한 업무보고가 월간이나 주간으로 정기적,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위험 작업의 경우 수급업체가 A공사의 승인을 받아 작업을 하기도 하였다는 등이 그 판단 근거였다.
그러나 항소심(인천지방법원 2023. 9. 22. 선고 2023노2261 판결)에서는 제1심과 달리 A공사 및 그 대표이사에게 무죄가 선고되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은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의무와 별개로 산업재해예방 등을 위한 건설공사발주자의 책임과 의무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건설공사를 도급한 자가 공사의 안전관리에 덜 관여할수록 산업안전보건법상 도급인의 지위에서 멀어지게 된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이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 법령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되므로, 건설공사발주자가 산업재해예방 등을 위한 책임과 의무를 다하였다는 사정을 두고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였다는 근거로 삼는 것은 신중하여야 한다고 하면서, A공사는 일상적인 갑문 관리업무만 수행하였을 뿐 갑문 보수공사를 시공할 전문성은 없었고, 수급업체는 규모는 작지만 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마치고 갑문 보수공사를 수급받아 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문성을 갖추었다는 등의 이유로 제1심 판결이 파기된 것이다. 이와 같이 제1심과 항소심에서 결론이 정반대로 나옴에 따라 실무상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지 혼란이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14일 A공사가 건설공사발주자가 아닌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위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건설공사발주자 해당 여부는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부가 중심이라는 점을 명확히 확인하면서, ①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및 시공능력, ②수급업체의 규모와 시공능력, ③회사의 구체적인 작업 관련 조치·감독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러면서 각 항목별로 ①항만 핵심시설인 갑문의 유지 및 관리는 A공사의 주된 설립 목적 중 하나로, A공사는 갑문 보수공사의 설계, 시공, 감리 등 준공까지의 전 과정을 기획하고, 설계도면도 직접 작성하였으며, 수급업체의 보수공사 공정률을 매주 점검하면서 수급인의 공정상황을 고려하여 설계도면을 직접 변경하기도 하였고, A공사가 갑문 유지보수공사의 시공에 필요한 철강구조물공사업 등록을 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그 산하에 갑문 운영·관리 및 갑문시설물 유지보수를 주 업무로 하는 전담부서를 두고 있었던 점, ②A공사는 자본금 5조 원에 달하는 거대 공기업인 반면, 수급인은 자본금 10억 원, 상시근로자수 약 10여명에 불과한 소규모 기업이라는 점, ③A공사의 위험성평가표에는 사고 이전부터 중량물 취급과 관련된 사고 위험이 지적되어 있었고, A공사의 현장감독관은 사고 발생 일주일 전쯤 이미 현장에 H빔 내리는 작업에 사용된 윈치 프레임이 놓여 있는 것을 목격하기도 하였다는 점 등을 지적하였다. 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그 동안의 혼란이 일응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 대법원 판결은 사업장 내 모든 건설공사 도급에 대해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아니다. 여전히 사업장 내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와 관련하여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는 건설공사발주자에 해당하여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의 부담을 지지 않는다.
다만, (1)국내 공항, 항만, 도로(교량), 철도, 발전소 등 공공의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사회간접자본의 운영주체는 대부분 법률에 따라 설립된 공기업으로서 고도의 전문 기술을 갖추고 해당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데, 이들은 설립근거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서는 국내 누구보다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유지·보수를 위한 건설공사 하도급에 있어서는 도급인의 전문성 및 시공능력을 고려할 때 유해· 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를 하고 있다고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2)에너지, 정유, 통신 등 기간산업을 영위하거나 자체적인 유지·보수 업무가 수반되는 대규모 시설 또는 설비 운영이 불가피한 사업주 역시 발생가능한 산업재해의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 요소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따라서 위 대법원 판결 기준에 따라 건설공사발주자의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점검한 다음,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사업주의 경우 도급인의 지위에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해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겠다. 특히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이외에도 중대재해처벌법상 도급인의 의무 이행과 관련하여서도 더욱 그러할 것이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