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방산기술 유출 신고 '0건'…보안감점제가 부른 역설

K방산 날개 꺾는 낡은 규제

시대 뒤처진 감점규제
기술 도난 신고하면
3년간 3점 감점
사실상 입찰 탈락
기술 유출돼도 쉬쉬

업계 이전투구 조장
해외 수주 '팀워크'
크게 약화시켜
사진=뉴스1
2014년 방산기술 보안감점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난 10년간 경찰이 접수한 방산기술 유출 사건은 한 건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방산기술 유출 시 3년간 입찰에서 사실상 탈락하기 때문에 ‘도둑’을 신고하지 않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업체 간 진흙탕 싸움을 부추기는 보안감점제가 K방산 경쟁력을 왜곡하는 부작용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0년(2014~2023년)간 경찰이 방위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5건이다. 같은 기간 산업기술 유출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875건)의 0.5%에 불과하다. 10년간 경찰이 접수한 방산기술 유출 신고 건수는 ‘0건’이었다. 검찰 송치 5건은 일반 기술 유출이 방산 사건으로 바뀐 사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관계자는 “대다수 산업에서는 기술이 유출되면 경찰에 즉각 신고하지만 유독 방산 분야만 감추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했다.

보안감점제는 국가 소유의 방산기술의 관리 부실 책임을 묻기 위해 2014년 9월 도입했다. 기술 유출 기업은 3년간 입찰 평가에서 최대 3점을 감점받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100점 만점 중 1점 이내에서 낙찰자가 결정되기 때문에 3점은 사실상 입찰 탈락에 해당하는 징벌”이라고 설명했다. 보안 감점을 두고 경쟁 업체 간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갈등이 심해지는 이유다. 방산기술 보안 강화와 입찰 투명화뿐 아니라 해외시장 진출 시 ‘K원팀’ 구성을 위해서라도 진흙탕 싸움을 조장하는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조철오/정희원 기자 cheol@hankyung.com